▲ 윤 욱 하(수필가, 재경향우)

 성공한 재벌총수나 권좌에 오른 정치인이 쓴 자서전은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다. 오래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할 일은 많고 세상은 넓다」가 회자된 적이 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과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도 유명하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1, 2권 합해 1,400페이지가 넘는 자서전은 한국 정치의 역사서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 
그렇지만 전두환씨의 자서전은 허위, 왜곡, 과장 등으로 5·18 광주민주항쟁 유가족협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이와 같이 자서전은 자신의 일대기를 자기 손으로 쓰기 때문에 객관성과 사실성이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평전은 제3자가 사실에 준해 엄밀하게 기록한다. 
대표적으로 조영래 변호사의「전태일 평전」은 한국노동 3권 확립과정을 엿볼 수 있어 우리나라의 노동 운동사로 불리기도 한다. 
금년 4월에 백석대학 이웅규 교수의 크라운 해태제과 창업주 윤태현 회장의 평전「식은 생이다」(도서출판 지에이북스 발행)는 우리나라 제과 산업의 역사서라고 부를만하다. 
이는 윤태현 회장의 출생년도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해와 겹쳐 성장기와 삶이 일본강점기, 6·25 한국전쟁,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산업화 과정, 5·18 광주민주항쟁 등의 격변기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1947년 28세의 나이로 영일당 빵집에서 시작한 성장 과정과 우여곡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크라운 해태제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도 드러난다. 
수많은 사진, 통계, 도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수많은 종류의 과자를 만들고 이름을 지었다고 해서 윤태현 회장을 한국제과업계의 에디슨이라고 명명했다. 
내적으로는 사람 특히 어린이들이 주로 먹는 과자를 만드는 만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본주의를 경영철학의 근본으로 삼아 이를 실천한 사상을 높이 사고 있다. 요즘 재벌가의 자녀들한테서 나타나는 갑질 문화가 4남2녀의 자녀와는 전혀 무관함도 칭찬한다. 
저자는 해남윤씨 가문에 해남 출신이라는 특성까지 파헤쳐 고산 윤선도, 공재 윤두서로 이어지는 가문의 내역에다 땅끝마을 해남이라는 한정된 지역사회의 향토사까지 추적해 덧붙임으로 평전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식은 생이다」를 읽고, 결국 인생이란 세상에 태어나 삶의 고비 고비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로 판가름 나는데 나는 그 지혜를 터득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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