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면 조산 민재평씨의 알스트로메리아(백합과의 꽃) 하우스에서 농업 인턴을 하고 있는 임재환(29)씨는 지난해 12월 귀향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직업군인을 선택했던 그는 군 생활 4년 끝에 중사로 전역을 한 뒤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4년을 근무했다.
그간 돈은 만족할 만큼 모았지만, 항상 허전한 마음 한구석은 어쩔 수 없었다. 회사의 엄격한 위계질서는 군대의 연장으로 개인의 창의력은 발휘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울산에 계시던 외할머니의 임종을 맞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임씨에게 이래라저래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었던 정신적 지주였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의 그늘에서 자라서인지 외할머니의 부재는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감을 안겨주었다. 외할머니가 없는 울산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고향인 송지 어란으로 귀향했다.
그가 민재평씨를 알게 된 것은 군청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서였다. 민재평씨는 화훼의 선구자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섰다. 임씨는 민재평씨의 알스트로메리아 하우스에서 3개월의 맨토링 과정에 이어 6개월의 인턴과정을 밟고 있다.
임씨는 맨토링과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화훼뿐만 아니라 농업 현실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며, 무작정 ‘할 것 없으면 농사나 짓지’하는 마음으로 귀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왔던 귀농인들은 조급한 마음에 정확한 사전 조사 없이 우선 시설투자부터 하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늘 이상과는 달라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맨토링(농업인재개발원)과 인턴제도(농업기술센터)는 귀농 과정에서 이런 실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인턴 과정에서는 120만원(농가 24만원, 국가 96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임씨는 현재 네덜란드에 종자를 주문해 놓은 상태로 올 가을부터 알스트로메리아를 재배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사 경험이 없는 임씨는 억대를 투자해야 하는 하우스 시설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3~4년 동안은 하우스를 임대해 시험 재배를 해보겠다고 했다.
민재평씨 부인인 서은주(50)씨는 주위의 말만 듣고 덜컥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이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맨토링과 인턴제도는 자신을 위한 진정한 투자인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고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준비하는 임씨의 귀농에 내년 봄 알스트로메리아도 활짝 웃으며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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