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교사)

 전에 TV에 소개된 바 있는 화순 시골 빵집을 찾았습니다. 시골 냄새가 물씬한 한적한 곳에 빵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야 가게 문을 연다기에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문을 엶과 동시에 당일 판매할 빵이 이미 동났다는 알림판만 보고 돌아왔습니다. 
‘시골에, 특별히 위치가 좋은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빵의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은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몇 가지 특이점(特異點)으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시골 빵집’이라는 간판에 ‘누룩 꽃이 핀다’라는 스토리를 담아 놓았습니다. 또, 주인장이 걸어놓은 안내판도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막걸리로 빚은 누룩으로 스물아홉시간 저온에서 발효시킨 건강 빵입니다. 누룩빵은 하루에 200개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그 외에도 지역 농산물 사용, 무설탕 무첨가, 우리밀 우리쌀 사용이라는 차별화된 스토리 전략이 시골빵집이 알려진 이유 같았습니다. 
우리 지역 해남에도 빵 마니아들이 줄을 서는 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빵에 해남 특산품인 고구마 등의 옷을 입히고 해남에서 생산된 우수 농산물을 사용해 땅끝의 이미지와 결함시킨 스토리 비즈니스가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게 된 것이죠. 스토리는 공급과잉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제가 가끔씩 찾는 이웃 도시 순천만은 1990년대만 해도 쓰레기가 쌓인 버림받은 곳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갯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갯벌에 스토리를 입혀 성공한 사례입니다. 순천의 성공 사례는 차별화 전략에서 출발했습니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 바다생물, 바닷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에서 ‘자연생태 도시’라는 콘셉트(concept)를 잡아 순천을 세계 5대 습지로, 자연 헐리우드(Hollywood)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다니엘 핑크는 스토리는 소비자를 움직이는 제3의 감성이라고 했습니다. 스토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며 각인효과가 있어 사람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간직된다고 합니다. 
로렌트 빈센트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면 '이야기'와 '신화'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라”고 제안합니다. 
과거의 소비자들이 단순히 물질적 상품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물질 이상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story)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즉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더 폭넓은 가치인 스타일과 이야기, 경험과 감성을 사는 것이죠. 
관광 산업 역시 그렇습니다. 슬로시티 청산도, 담배 연기가 없는 청정의 섬 증도, 신안의 천사대교가 1004개의 섬이라는 스토리를 담아 관광 코스로 부상한 것처럼.
스토리가 차이를 만들고 가치를 창조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유행과 명품을 만듭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SNS 등 미디어가 활성화된 시대에 스토리는 고액의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번져 나가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우리 지역 해남의 관광산업과 상품은 어떤 콘셉트(concept)와 스토리를 입혀야 할까요? 해남에만 있는 것, 해남이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는 무엇일까요? 해남에도 관광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관광문화재단이 설립된다기에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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