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작곡가 미술가인 한보리씨
문내 임하도 레시던시서 창작활동

▲ 5,000곡을 작곡한 한보리씨는 요즘 악보를 우화로 표현하는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악보우화는 연말 세상에 나올 계획이다.

 5,000여 곡을 쓴 작곡가, 1년에 400여 곡을 작곡하는 한보리(62)씨, 삼산면 출신인 고정희 시인의 시도 꾸준히 곡으로 작곡하고 있는 이다.
그는 4년 전 해남으로 귀촌했다. 4년간 해남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이 그의 감수성을 타고 노래로 창작되고 있다.
그는 시인이자 작곡가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림에 빠져있다.  
그와 해남과의 인연은 단순하다. 같은 음악을 하던 지인이 먼저 해남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보리씨는 이미 광주 대중문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섭취하고 그 에너지를 쓴 결과물이 똥이듯 정치적 사회적 변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만든 정서적 배설의 결과물이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품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사회의 흐름과 정서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5,000곡이라는 작곡 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1년에 400곡을 만들면서도 무대에 올리지 못한 수많은 곡들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단다.
그는 해남에 정착한 후에도 광주 등지에서 활동하던 포엠 콘서트를 꾸준히 열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무형의 작곡보다 유형의 것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림이다. 악보를 우화로 만드는 창작활동에 나선 이유이다. 노래 악보와 그림의 결합,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작곡했던 수천 곡의 노래들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버려졌는데 그것이 그림과 결합했을 때 유형의 것으로 남겨진다는 것이 몹시 흥미로웠다.
그는 A4용지에 악보를 작성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악보가 참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손으로 그린 악보도 보는 사람에 따라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그림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올해 초 행촌문화재단 임하도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악보를 이용한 우화 작품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해남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악보로 풀어내고 또 그것을 미술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올겨울에는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을 만큼 매일 그림에 심취해 있다.  
그는 해남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해남은 텃세가 없어요, 넓은 대지만큼 마음이 풍족해서랄까, 아니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일까요. 고향이 아닌 곳이라서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네요”라며 웃었다. 넓은 대지가 주는 시원함도 좋고 조용한 마을에 정취도 맘에 든다고 한다.
그는 1등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의 아이들이 너무 혹독한 경쟁 속에서 자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씨앗이 있고 그 씨앗에 물을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은 자신의 재능이 아이들의 내면의 씨앗을 깨는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을 위해 평생을 달려왔는데 이제는 자신의 재능을 환원하고 싶다는 한보리씨. 그의 바람에 어떤 아이의 재능이 꽃피울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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