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농민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안정되기는커녕 위험해지고 있다.
작년 겨울채소 작물부터 시작된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가 작물에 관계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곧 배추 파종이 시작된다. 지금쯤이면 업자들이 계약을 하러 다닐 시기인데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올 해남 배추는 안녕할까?
정부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생산비라도 보장할 수 있는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도,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채소류 가격이 폭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수급정책의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자료를 통해 2018년 마늘 생산비가 Kg당 2,798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중 직접생산비는 2,552원이다. 생산비는 제조업 등 기업회계에서의 매출원가와 유사한 것으로 현행 농산물생산비 조사에서는 직접생산비와 간접생산비로 분류하고 있다. 
직접생산비는 종묘비, 비료비, 농약비, 수도광열비, 비닐, 상토 등 기타재료비, 농구비, 영농시설비, 자동차비, 노동비, 위탁영농비, 생산관리비, 세금 등 기타 비용을 말하며 간접생산비는 지대와 자본이자 등을 일컫는다. 
마늘만 놓고 볼 때 정부에서는 세 번에 걸쳐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고, 그 중 핵심내용은 2만3000톤을 2,300원에 수매한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적당하게 마늘가격이 유지될 거라 본 것이다. 
정부와 농업관련 기관들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 거래가격은 1,000원대 초반이다. 농협경제지주를 통한 정부수매 사전수요조사 결과는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8만1500톤으로 계획의 3배 이상의 물량을 수매에 응하겠다고 한다. 농민들은 직접생산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헐값인지 알면서도 그 가격에라도 내놓겠다는 것이다. 

 바뀌거나 흔들리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나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아주 작은 변화를 받기는 해도 원래의 상태로부터 별로 벗어나지 않고 일정한 범위 안에 있는 상태를 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와 농민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의 수급안정대책에 마늘 재배농가들은 최소한 한숨을 돌리거나 만족감을 느낄까? 한숨에 실망감이 겹쌓인다. 그래서 산지시세를 최소한 생산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매물량 확대, 수매단가 인상, 수매규격 완화, 품종별·지역별 수확여건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배추, 무, 마늘, 양파 등 채소작물에 이어 보리가 그 뒤를 잇고 돼지, 소 등 축산분야에 걸쳐 위험성이 노출되고 예견되고 있다. 
곧 햇쌀이 나올텐데 쌀값도 들썩거리고 있다. 농민무시, 홀대, 헐값이라는 표현을 넘어서 마늘 똥값, 농민 똥값, 대통령도 똥값이라며 분노하면서 집회를 여는 이유이다. 안정이 아니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닫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결정됐어야할 직불금 산정을 위한 쌀목표가격 설정은 온데간데없다. 부정확한  농산물에 대한 통계로 우왕좌왕한다. 
농업예산은 삭감되고 직불금 부당수령은 늘어나고 있다. 21세기판 소작이 횡행하고 있지만 농지문제는 손도 못 댄다. 농산물 가격은 종잡을 수 없다. 수입개방 이후 농업방향과 정책은 춤을 추고 그야말로 농업계 전반에 적폐들이 널려있다. 이런 판국에 농업의 수장격인 농식품부장관은 내년 총선을 위해 곧 사퇴할거라는 말도 지역에 떠돈다. 
농민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청년농, 푸드플랜, 스마트팜, 공익형 직불제를 얘기하려거든 농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농민들이 오래전부터 제안하고 있는 주요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보장제와 공공수급제 도입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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