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비록 태풍이 스치고 갔지만 이제 비 그치면 명절 이동을 방불케 하는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도시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더위를 핑계 삼아 어디로든 훌쩍 떠날 꿈을 꾸고 있을 터이다. 
때맞춰 여름 휴가인파를 잡으려는 각 지자체의 여름 축제도 시작된다. 
2019년 여름, 해남에서는 <신나는 예술 여행>이 준비돼 있다. 해남에서만 가능한 <신나는 예술 여행>이다. 수년 전 예술의 섬이라고 알려진 일본 나오시마를 비롯해 인근 섬에서 열리고 있는 세토이치 트리엔날레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전 세계 스타 예술가들의 예술작품들이 거리에, 시장에, 바닷가에, 섬의 동굴에, 빈집에 설치돼 있어 그 작품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려면 족히 일주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한꺼번에 오픈하지 않고 봄, 여름, 가을에 나눠 오픈하도록 해 결국 다 보려면 세 번을 오게 만든다. 여행사를 따라 예술여행을 다니는 도중, 시간이 지날수록 해남의 가능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현재 생존한 스타급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좋게 설치하고 이슈를 만드는 일은 기회와 예산이 확보된다면 어디나 가능하다. 
일본 나오시마 섬 프로젝트를 칭찬하고 홍보하는 사람들은 그 사업이 40여 년 전부터 시작돼 지속됐고, 그 사이 나오시마에 예술프로젝트를 시작한 베네세그룹의 지속적인 노력과 유능한 예술감독들의 전문적인 역할과 수많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한숨 그리고 나오시마를 비롯한 3개 현이 힘을 모아 그동안 수천억의 예산이 쓰였다는 것은 잘 모른다. 
어느 날 한번 다녀와서는 “굉장하다!!!”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모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지중미술관과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을 초대하기 위해 만든 이우환미술관이 고고하게 자리 잡은 그 섬에 단 한 가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 있다. 
1000년 세월이 만들어낸 해남 대흥사 미황사와도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바로 그것이다. 값비싼 미술품이 보이는 공간에서 비싼 식사는 가능해도 그곳에서 시공을 초월한 시간을 느끼고 휴식하고 잠을 잘 수 없다. 골라 먹을 맛있는 남도음식은 더더구나 없다. 사람들이 떠난 빈집을 예술가의 창의적인 손을 빌어 개조한 나오시마의 예술적 빈집들을 카피한 빈집프로젝트는 이미 해남 우수영에도 여러 채 만들어졌다. 그러나 녹우당과 같은 인문학과 예술을 집대성한 역사문화적 가문은 없다. 나오시마에서 지금부터 노력하고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천년 이내에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해남의 경쟁력이다. 대흥사, 미황사, 녹우당, 우수영 같은 역사문화유산과 더불어 공룡박물관, 땅끝 화원반도, 산이면 붉은 구릉, 고천암 수려한 자연유산 역시 어디를 둘러봐도 감동이다. 
게다가 2019년 여름, 해남에서는 <신나는 예술 여행>이 준비돼 있다. 우선 지난 7월10일부터 시작된 ‘해남 국제수묵워크숍’ 전시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해남종합병원 내 행촌미술관에서는 국내외 37명의 작가가 참여한 ‘공재와 화가의 자화상’ 전시를 열고 있다. 학동에 있는 수윤아트스페이스에서는 장현주 작가의 ‘수묵 꽃이 핀다’ 전시와 40일간의 마을 커뮤니티프로그램 ‘멀구슬오동나무다방’이 진행 중이다. 대흥사에서도 천년고찰 세계유산을 현대적으로 오마쥬하는 이지연 작가와 김은숙 작가의 전시가 성보박물관, 천불전, 백설당, 침계루 곳곳에서 열려 대흥사 방문객에게 뜻밖의 감동을 주고 있다. 8월에는 공룡박물관에서도 조성훈 작가를 비롯해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공룡, 해남을 여행하다’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게다가 각종 공연과 음악축제도 열린다. 과연 2019년 여름. 해남에서 가능한 <신나는 예술여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찬에도 불구하고 오늘 해남과 나오시마를 동일선상에 두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나만의 시각이라는 점. 그리고 함께 의기투합하고 힘을 모아야 할 영역들의 공감 부족. 게다가 수년간 이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과연 나와 우리의 열정과 의지는 여전히 안녕한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여름. 해남의 <신나는 예술여행>. 해남의 모든 분들과 일가친척 그리고 인근 장흥, 강진의 축제 방문객과 관광전남에게도 해남에 꼭 가야 할 <신나는 예술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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