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전 해남군행정동우회 회장)

 읍·면장 공모제는 우리군의 공직인사 정서로는 이해 안 가는 소식이지만 사실 현행 지방자치법규에 따라 어느 시군이나 시행할 수 있는 제도이고 최근 순천시와 경북 의성군의 사례가 지난 5일 우리 군에서 개최한 관련 포럼에서 소개됐다. 
그동안 중앙부처와 시도 단위로 공무원 직위공모제에 이어 개방형 공모제가 시행돼 왔으며 가까이는 교육계에서도 시군 교육장이나 학교 교장을 공모제로 뽑고 있다.
물론 일부 공직의 개방형 임용제가 우리의 자치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읍·면장 공모제가 주민자치의 핵심인 아래로부터의 자치를 구현하는데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실 우리의 자치는 밑으로부터 시작됐었다. 해방 후 1949년에 지방자치법을 제정하면서 읍면을 기초자치단체로 규정했고, 1952년엔 읍·면의회가 구성됐으며 1956년과 1960년에는 읍·면장을 직선으로 뽑은 바 있다. 그러나 1961년 박정희 정권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키면서 읍·면자치제를 폐지했다. 부연하면 지금 우리의 자치는 민주주의의 주인인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아래로부터의 자치가 아닌 시장 군수 및 시군 의회라는 대의기구만을 둔 반쪽짜리 자치이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아직도 주민들을 지원과 의논대상이 아닌 지도대상으로 보는 것 같고 의회는 견제와 감시, 제안기능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선거 때만 잠깐 관심과 참여가 있을 뿐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제, 기구, 재정 3권이 대폭 강화되는 지방분권 개헌까지 추진되고 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걱정되는 건 왜일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부쩍 지역 재생론과 주민 직접자치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오랜 타성과 고정관념에 묶인 주민자치 운동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길은 없는가.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모두에서 말한 민간인 읍·면장 임용 사례에서 보았듯이 결국은 책임자들의 정책운영 여하에 달려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제 군과 의회의 권한과 기능을 마을과 주민에게 과감히 내어주는 진짜 풀뿌리 주민자치를 시작할 때라 주장한다. 예산 문제 하나를 예로 보자. 편성권과 심의권을 집행부와 의회가 독점(일부 참여 예산제를 운영한다지만)하다 보니 정작 세금을 낸 예산주인(주민)들은 객이 돼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예산(사업)이 필요하면 당사자인 주민들이 의논해서 결정하고 군과 의회는 지원만 해 주면 되는 게 아닌가. 
요즘 회자되는 게 숙의 민주제와 마을(읍면)자치이다. 마을 자치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60여년  전에 강제로 중단시킨 읍·면의회 구성과 읍·면장 민선에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도 우선 군의 주요정책결정 과정이나 의회의 견제, 감시기능 등을 주민들과 함께하자는 얘기다. 당장 자치의 뿌리인 마을과 읍·면자치회(자치센터 아닌)를 구성하고 읍면 대표들로 군 연합단체를 만들어 제3의 자치 주체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군이나 의회 모두 어느 현안이나 정책을 두고 단순 설명회(공청회) 방식이 아닌 진짜 정책토론회나 공론의 장을 마련한 적이 있었는가. 지금 군의 수십 개 위원회는 대부분 관주도형이다. 그런데 앞서가는 선진 지역에서는 사뭇 우리와 다르다. 수원시에서는 모든 시책 결재서류에 주민의견 수렴결과를 첨부케 하고 있고. 순천시에서는 주요 정책을 주민들과 직접 숙의(토론)로 결정한다. 담양군에서는 2017년에 이미 주민자치활성화조례를 주민발의로 제정해 여러 정책들을 주민들과 의논하고 있다. 일례로 주민세 전액을 주민자치회 활성화예산으로 쓰고 있으며 주민갈등조정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군에서도 최근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고 민간기구인 지방분권추진협의회에서 자치헌장조례 제정을 추진한다지만 이런 것들은 아주 미시적이고 변죽에 불과하다. 기왕에 추진한다면 실로 군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사명감 아래 보다 거시적이고 획기적인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군과 의회 수장들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무한경쟁시대! 결국 시대변화를 빨리 읽는 지역이 앞서가게 돼 있다.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하고 분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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