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군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기행문 -

▲ 최순덕(화산면)

 가을로 접어든 차창 밖 풍경은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다.
길가 풀 섶의 익은 초록은 곱게 단장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들녘 벼들은 누렇게 변한 이삭을 떨구고 생의 마지막 안간힘으로 비와 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해남군립도서관의 ‘시인과 함께 떠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행’, 첫 번째 코스로 목포문학관을 찾았다. 박화성, 차범석, 김현, 김우진의 손때가 묻은 원고며 출판한 책 그리고 생활에 쓰였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박화성은 독립 운동가이면서 시조시인이었던 조운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하게 되고,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 1월호에 「추석전야」가 발표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대표작 「백화」가 동아일보에 연재되면서 여성이 쓴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작가다. 또 비평을 창작에 기생하는 장르가 아닌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끌어올린 최초의 비평가로 평가되고 있다
김우진 관으로 이동해 그의 사진을 보니 까칠한 귀공자 인상이다. 김우진은 목포 최고 갑부의 아들로 살았지만 가정, 사회, 애정문제로 번민하다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현해탄에 투신한 비운의 작가이다.
차범석은 한국적 개성이 뚜렷한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하는데 공헌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다고 한다. 대표작은 tv로 방송하여 국민적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전원일기」와 소설 「산불」이 있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이동한다. 고려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해남청자 2,500여 점을 선보이는 ‘고려남파선 해남 청자를 품다‘전이 열리고 있다. 해남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인다.
고려의 소박한 그릇 해남청자, 고려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해남청자 등 4가지 주제로 전시가 이뤄져 있었다.
소박한 멋의 녹갈색 그릇은 당시 고려에서 크게 유행하며 바닷길을 통해 각지의 소비처로 유통되었을 것이다.
강진의 영랑생가로 향했다.
「모란이 피기까지」의 유명세만큼이나 모란으로 영랑 생가주변을 아름답게 꾸며 놓아 봄철 모란이 필 때가 되면 적지 않는 탐방객이 찾아오는 명소란다.
초가 마루에 앉으니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옛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딱 하나 귀가 번쩍 열리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 유명한 무용가 최승희와의 열애설이었다. 열렬한 사이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은 하지 못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행은 시문학파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문학파기념관은 1930년대 서정성을 띤 순수 문학을 지향했던 시인들을 기념하는 곳으로 특정문인이 아닌 유파 전체를 아우르는 기념관이라 한다. 귀도서 500여 종 등이 전시돼 있으며 시집 단행본 5,000여 권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노동과 놀이는 별개라 했던가. 그 말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가을의 길목에서 잠깐의 일탈로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준 해남군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팀에게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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