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글 아들이 책자로 발간
제1회 해남문단상 수상

▲ 매일의 소감을 비망록으로 기록해왔던 곽만집씨(왼쪽)가 이동주 기념사업회 서정복 회장으로 부터 제1회 해남문단상을 받았다.

 『비망록』을 펴낸 구순의 할아버지가 해남문단상을 수상했다. 문학성보단 삶의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 문학상이었다.
곽만집(92) 할아버지는 공직에서 은퇴한 후 화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비망록 형식으로 매일을 기록했다. 하마터면 쓰레기로 버려질 뻔한 곽 씨의 작품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둘째 아들이 고향에 내려와 청소를 하던 중 아버지의 비망록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곽 씨의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비망록을 가만히 읽어보니 평상시 아버지가 했던 말들이 들어있고, 사람들에게도 두루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가져가 전문가에게 보였다. 이후 책으로 발간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2018년에 책으로 만들게 됐다. 그 후 자녀들이 이 비망록에서 발췌한 시를 이동주문학상에 공모해 해남문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이동주기념사업회 서정복 회장은 지난해에 발간된 그 책을 무심히 읽었던 적이 있는데 좋은 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행히 이번 이동주문학상에 공모가 돼 다시 읽어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곽 씨를 위해 올해 최초로 해남문단상을 제정하고 앞으로 매년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상을 향해 목소리 높여 얘기도 못하고 공책에 묻혀 자칫하면 불에 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곽 씨의 작품은 아들의 배려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곽 씨는 처음에는 해남문단상을 고사했다. 그러나 주최측이 시인의 추천사까지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지난 토요일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시상식장을 찾게 됐다.
시상식장에서 서정복 회장은 “우리 모두는 배우지 못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체념하고 마는데, 한 마디 말이라도 이렇게 적어놓으면 나중에 빛을 볼 때가 있다”며, 평상시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이날 시상식장에 참가한 이들도 상의 취지와 곽 씨의 진솔한 글을 보면서 칭찬을 이어갔다.
이수행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곽만집은 참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 시대 아버지의 표상임에 틀림없다. 평생을 책과 가까이하며 우주만물의 이치가 ‘사랑’이라 말하는 저자의 메모 한 줄 한 줄은 뭇사람들의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곽만집씨는 전남 상과대학 2년을 수료하고, 해남세무서, 목포 항만청, 제주 해운국에 근무했으며, 새마을 지도자, 농협이사, 어촌계장, 새마을운동 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이어 담여장학회를 설립했으며, 대통령상, 효자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 나들이는 거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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