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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일
안종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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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4  15: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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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태풍과 잦은 비로 농촌은 재난지역이 됐고,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광장과 언론은 수개월째 ‘조국 대전’을 치르기에 여념이 없다. 진흙탕 싸움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 나리들도 아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들도 아니요, 노동자, 농민, 서민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하라. 정권쟁탈과 정치적 이득을 위한 진영대결의 승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국사태는 세월호참사 2,000일을 맞는 국민들에게 전면 재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의 희망을 주지 않고 부실수사, 편파수사의 책임을 오로지 검찰에게 돌려버렸다. 삼성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불법 해고한 김용희씨의 강남역 고공농성과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파업 100일도 묻어버렸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공정임금을 요구하며 비닐 한 장에 의지해 단식농성을 하고 있지만 ‘조국 대전’에 묻혔다. 또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경찰 공권력에 의해 도로공사 담벼락을 넘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조국사태는 재난상황에 이른 농업농촌과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묻어버렸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본래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이자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도로공사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며 특혜는 더더욱 아니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아래서 대규모 해고가 이루어졌고 요금수납원들은 농성장으로 몸을 내던져야 했다. 수납원들은 2009년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자 2013년부터 민사소송을 시작했다. 1심과 2심에서 당연하게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자 한국도로공사는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는 대신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6,500여 명의 수납원 중 5,000여 명은 임금 인상 등의 혜택을 받았지만 직접고용을 요구한 1,500여 명은 집단 해고됐다. 8월 29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회사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소송에 참여한 300여 명만 돌아갔다. 나머지 수납원들은 본사 점거농성 한 달째이지만 경찰 공권력은 농성장에 담벼락을 설치하고 사람은 물론 언론마저 차단하고 있고, 현재 여당 국회의원 출신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문을 받아오라는 말만 남긴 채 지금까지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다.
적폐청산은 중요하며 시급한 과제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조국을 수호하자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장관에 임명된 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듣고는 실망을 넘어 검찰개혁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을 갖게 되었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심경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 관료로서 검찰개혁의 유일한 적임자로 검찰의 어두운 과거와 습성을 잘 알고 있다면 달라야 한다. 입법을 통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한마디면 바꿀 수 있는 것을 개혁안이라고 내놓는 집단들이 개혁의 대상인 검찰들이지 않은가? 대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았어도 거리로 내쫓기는 것은 정의도 아니고 법도 아니다. 일터로 돌아가야 할 노동자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개혁이고 적폐청산이기 때문이다.
왜 법무부장관은 그러한 일을 안 하는지,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의 걸림돌이면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바꾸면 될 일이다. 적폐세력의 부활까지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노동존중, 사람중심의 사회 개혁의 책무를 가진 정부라면 노동자들을 집으로, 일터로 돌려보내야 한다. 쌓여만 가는 농업농촌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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