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호(청년국악인)

 진도군립민속예술단에 단원 활동을 한 지 만 8년이 됐다. 항상 이맘때면 첫 출근, 첫 공연 때의 기억이 나를 설레게 한다.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나를 멈칫거리게 만드는 고민이 있었다. 몇 년 전, 방문한 진도군수실 입구에 진도 문화예술인 알림판이 있었다. 인간문화재, 전국대회 수상자, 주요 유명 인물 등.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알림판이었다.
추가적으로 진도군은 젊은 진도출신 국악인들의 근황도 수시로 점검한다. 진도군이 지역의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진도군은 이들을 지역행사에 초청하거나, 군립예술단 공연에도 객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배려한다. 또 진도출신 국악인들이 군립예술단 입단시험에 응시할 때에도 많은 가산점을 부여해 지역출신 인재가 타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청년일자리 해결만 아니었다. 진도는 지역의 관광산업이라는 또 한 마리의 토끼도 잡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같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회성 행사 등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잘게 쪼게 일 년 동안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예가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상설공연 ‘토요민속여행’이다.
진도군은 지역문화 계승발전과 관광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을 상임단원제로 개편했다. 이후 젊은 단원들이 지역에 돌아와 활동하게 됐다. 진도군의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예술정책은 전국의 관광객들이 토요민속여행을 보기 위해 몰렸고, 지난해에는 한국관광의 별에도 선정됐다. 지자체에서 운영한 예술단의 성공 사례다. 그 결과 관광객은 공연을 보러 와서 특산품을 사고, 먹거리도 즐기며, 진도의 문화와 삶을 체험한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은 진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민속예술특구로 지정된 선진지다. 나를 포함한 타지역 청년들도 활동하며 문화를 알리며 지키고 있다. 이런 문화는 광범위하고 사람과 사람으로 전파되는 까닭에 생명력이 길 수밖에 없다.
해남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청년문제, 일자리문제, 고령화문제, 문화계승의 단절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가? 대부분 지자체는 일자리문제를 창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내가 활동한 진도군은 창출이 아니라 기존의 인적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관점으로 가고 있다.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다.
전문국악인의 길을 가기 위해 잠시 떠난 고향이지만, 언젠가 해남에 돌아와서 살고 싶었다. 현실은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도 출향 국악인들은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거나 돌아다니며 활동 중이다. 2003년 「해남군립예술단 설치조례」가 만들어졌다. 곧 해남군립국악단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척이 없었고, 세간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 조례 제2조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예술단에는 국악단, 성인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을 둔다.” 그러나 현재 비상임제 성인합창단과 소년소녀합창단이 운영되고 있다. 아쉽게도 국악단은 빠져있다.
나와 같은 청년국악인들이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할 수 있는 국악단이 창단돼야 한다. 그것은 나를 비롯한 국악인들만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남은 향후 무엇을 가지고 문화를 계승·확장할 것인지, 그것이 지역에, 경제에 어떤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인지 등에 관한 정책적 구조의 문제다. 가뭄이 해갈되는 것은 비가 내리면 된다. 가뭄이라 한탄만 하지 말고 진도군의 선진사례를 눈 여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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