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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저당 잡힌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안종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  5340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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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1  16: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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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대한민국은 농업분야에서는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다. 정부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철회하고 농정을 대전환하는 것이 정부 출범 때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농업회생의 첫걸음이다.
농민들은 채소가격 폭락과 연이은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쳐 이중삼중의 피해를 보았다. 거기에다가 수확의 기쁨은커녕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라는 폭탄을 난데없이 맞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통상주권, 식량주권을 포기한 굴욕외교라고 비판한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회원국의 선언만으로 개발도상국 지위를 선택할 수 있어서 한국은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가소득 저하, 농업기반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다. 그리고 160여 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농업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얻었다. 그래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생산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세 인하 폭과 시기 조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아 왔다. 그 후 24년 개발도상국을 벗어났을까? 정부 발표에는 당시에 제기한 문제들이 해소되었고 개발도상국 지위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농업선진국으로서 세계만방에 선언한다는 내용 따위는 아예 없다. 농민희생을 덮기 위해 늘 즐겨 사용하던 국익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지난 7월 미국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하라며 통보한 마감시한에 따라 미국의 압박이 시작되고 석 달 만에 백기투항했다. 굴욕적인 사건이다. WTO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그 지위를 인정받는데도 불구하고 국가 간 통상절차마저 스스로 포기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 중에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의 트윗 한 방에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희생양을 자처한 꼴이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려는 대상 국가를 발표하기도 전에 나온 것을 보면 주력 수출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희생을 또다시 강요한 것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매년 1조원의 혈세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얼토당토않게 6조원을 부담하라고 부당한 압력을 넣고 있었던 시점이다. 개도국 지위 포기를 지렛대로 삼으면 방위분담금을 한 1000억 인상하는 선에서 물러설 미국으로 생각했는가? 
농업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우리나라든 세계 다른 나라든 선뜻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무역적자는 일상이 되었다.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식량 자급률이 약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꼴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쌀은 생산량의 10분의 1인 약 40만t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세계 곡물공급 부족 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그럼 농가소득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있는가?
정부는 농업협상이 중단되어 있기 때문에 타결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영향도 없으며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한다.
다자간협상이 지체되자 한미, 한칠레 등 양자 무역협상으로 방향을 틀고 들어와 수입개방이 관철된 역사를 잊어버렸나? 기존협상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각종 협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의 영향이 없다고만 했지 향후 예측 가능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번 결정은 선진국이 아닌 주제에 선진국인체 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길을 스스로 택한 꼴이다. 정부의 대책을 두고 졸속이라는 비난이 크다. 기존의 농업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말만 입에 담았을 뿐 농정을 전환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도 없고, 특별한 대책도 없고 농업계와의 대화도 없다.
농업선진국들은 농업은 경쟁력으로 풀 수 없다는 한계를 명백하게 인식하고 농업소득의 절반 이상을 직불금으로 지급하고 적극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 있지 알맹이는 빠진 공익형직불제로 선진국 흉내를 내면서 농민들과 국민들을 현혹하려고 한다.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격안정 대책은 없고, 500조 슈퍼예산 시대라고 하면서도 농업예산은 그마저도 늘릴 생각이 없다. 농업계 불안감의 실체다.
2018년에 목표가격을 결정하고 농민들에게 당연하게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을 지금껏 주지도 않는 체불정부에게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 농업에서 그나마 안전장치 역할을 해온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과 졸속 대책이 전부라면 촛불정부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 잘못 꿴 단추는 다시 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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