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우(시인)

춤 한 벌
- 故 김남주 시인 노제에 추었던 강혜숙의 넋풀이 춤 -

 

그녀의 얼굴, 오싹하니 영전 같다
강혜숙은 죽은 시인의 아내를 오래오래 껴안고 있었다
도서관 옆 산수유가 노을에 추운 머리 담그고
한 생애가 저물었듯이
노제가 끝나가는 전남대 교정은 서서히
침전하는 수몰지구처럼 가라앉아갔다
죽음은 모든 사람을 딱 한 번 주인공으로 만들지만
한 사람이 빠져나갈 때마다
영정 속에 들어 있는, 웃고 있는 생은
물고기를 담은 비닐 봉지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막 안에서 웃었을 뿐이다
강혜숙, 드디어 미친년처럼 날뛰고
흰 무명천을 가르고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고
섹스하듯 허공을 어루만질 때
아, 그 더운 체온이
순수한 허공을 육체로 만들었다
미망인에게서 빌려온 체온을
곧 땅속에 떨어질 자에게 마지막으로 덮어주는
그 춤의 옷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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