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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책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박태정 기자  |  goguma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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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5  15: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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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 김정동씨
책 읽고 싶어 노인정도 안가

   
▲ 황산면 징의리 김정동씨는 노인정에 나가는 시간도 아까워할 정도로 매일 책과 함께 생활한다.

 “독서가 유일한 낙입니다.” 황산면 징의리 김정동(73)씨의 책상 위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니 그가 왜 독서를 하는지의 이유가 설명이 된다.
김정동씨는 경찰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연좌제 때문에 합격이 취소됐다.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김 씨는 책을 한 번 보면 다 외워버릴 정도로 머리가 총명했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책 한 권을 1시간 만에 다 외워버리자 선생님이 일찍 하교를 시켜줄 정도였다.
머리가 좋았지만 그의 학교생활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멈췄다. 18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25세 되던 1972년에 경찰시험을 봤다. 만점으로 수석합격 통보가 와 당시 경찰국으로 찾아갔지만 합격 취소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경찰들도 안타까워했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부역했기 때문이었다. 사회를 향한 그의 울분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로 올라가 학원에서 4년 동안 일반 사회 강의를 했다. 당시 강사 봉급은 많은 편이었다. 공장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이 1만2000원 하던 시절 5만원을 벌었으니 생활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김 작업을 하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결국 고향인 징의리로 귀향을 해야 했다.
그의 독서 시간은 점심 먹고 5시까지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밤에는 책을 보지 못한다. 그의 독서 습관은 편식에 가깝다. 그의 서가에 꽂힌 책을 보면「세종대왕」,「조선야사」등 역사와 정치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다. 소설도 역사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경로당에서는 자꾸 나오라고 하지만 책을 읽느라 시간이 아까워 통 나가지를 못한다. 안중근 의사처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그는 요즘 도올의「우린 너무 몰랐다」에 빠져 있다. 전개되는 격동의 현대사를 보면서 그간 왜곡됐던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한반도를 둘러싼 근대 이전 중국의 영향력과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국제 정세에도 해박하다. 역사적 사건은 단독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의 역학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역사적 사건의 전후를 설명했다.
김 씨는 원래 책을 좋아했다고 했다. 자신이 왜 역사와 정치 분야의 책만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머리가 그쪽만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식인은 돈이 없어요. 그래야 독서에 전념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한학자였다. 그래서 그도 서당에 다니며 한문을 익혔다.
그는 평생 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관상도 잘 봤던 아버지는 “투기하면 본전도 도망가는 상”이라며 돈 벌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70년대부터 마을이장, 어촌계장, 농협 감사 등 주로 돈 안 되는 일로만 살아왔다는 그는 기초수급과 노령 연금 등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17년 동안 다녔던 교회에서 분기별로 20kg의 쌀을 보내와 근근이 먹는 것은 해결하고 있다.
독서를 낙으로 사는 그를 보며 조선시대 남산골샌님이 겹쳐졌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은 11.9권이라고 한다. 한 달에 1권 꼴이다. 그의 독서가 책과 멀어진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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