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12월19일 <지록위마>가 개봉된다. 연말연시에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록위마>는 2014년 12월 이후 금기어가 되었던 ‘이석기’와 ‘통합진보당’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영화다. 본제목은 <애국자 게임2-지록위마>이다. 당시 제2야당이었던 당이 해산되기까지 공안당국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길 때, 아니라고 답하지 않고 우리들 스스로 침묵하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다큐멘터리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얼토당토않은 것을 우겨서 남을 속이려 할 때 쓰는 말이며, 윗사람을 속이고 권세를 휘두르는 자들을 비판할 때 쓰기도 한다.(나무위키) 이 영화는 제11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았다.
2013년 여름은 촛불로 뜨거웠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던 대선 때부터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국정원은 촛불에 둘러싸여 해체 직전까지 몰려있었다. 국정원발 내란음모 사건이 모든 이슈를 삼키고 선거개입과 국정원 해체는 사라져 버렸다. 이석기 의원은 구속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정부를 대표해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1심을 뒤엎고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과 검찰이 주장한 혁명조직 ‘RO’에 대해서 실체가 없다고 판단해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 짓기 불과 얼마 전에 헌법재판소는 정당을 해산시켰다. 그해 2014년 12월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정했었다.
이 영화는 불편하지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그로 인한 당의 해산을 다룬다. 당시 사건을 취재한 언론인, 시민단체 간부, 그리고 옥고를 치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등장한다. 9년 형을 선고받고 7년째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불편해하거나 애써 멀리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들과 그의 가족, 당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 비겁한 줄 알면서도 철저하게 침묵해야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골칫거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박근혜가 청소하는데 동조했다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왜 침묵했는지, 자기검열은 없었는지를 묻는다. 영상 밖 관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제작자인 경순 감독은 우리가 현재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두 함께 고민해 보자고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분단체제가 삶의 깊은 곳까지 내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금 우리들을 다시 보자고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정말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지, 우리가 원하는 진보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의 생각은 과연 우리 자신의 생각인가? 내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니었다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의해 나의 말과 생각과 양심을 검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슴이 말이라고 조작했는데, 왜 우리는 ‘저건 사슴이지 말이 아니야’라고 말하지 못하고, 침묵했을까?”라고 묻는다. 말로 내몰린 사슴에게서 낙인의 이유를 찾았던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에 이제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해보자. 통합진보당 해산일에 맞춰 개봉한다고 하니 차분히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정치권과 언론은 내년에 있을 총선을 치르기 시작했다. 위정자들의 해괴망측한 언사들과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들은 벌써부터 국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는다. 그래도 나와 내 이웃을 위한 정책과 법률, 예산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고, 말도 되지 않은 사건을 만들어내 우리들을 어떻게 현혹할지 대비해야 한다. 수구세력들은 우리들을 침묵하게 만들 또 다른 사건을 꾸미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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