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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 없고, 맞춤법 틀린 74세 제자의 편지
박태정 기자  |  goguma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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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3  16: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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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김단례 할머니
한글 깨쳐준 김석천 교사께 감사함 담아

   
▲ 거리에서 만난 김단례 할머니, 한글을 배우니 세상이 환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가 공부 시작 한달니 벌써 일년니 다가오네요 저는 첨에 선생님을 만나쓸대 창피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자주 보니 부끄럽지 않습니다 저는 선생님 만나세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생님 감사드럽니다 사모림과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깨친 김단례(74) 할머니가 김석천 교사에게 보낸 편지이다. 문장부호도 없고, 맞춤법도 틀리지만 의미는 통한다.
“한 2년만 더 배운다면 편지도 쓰고 그럴 것 같아요. 선생님은 잘 갈쳐줘요. 근디 머리가 안 돌아가서 우리가 못 알아묵은게 그러지요.”
마산면이 고향인 김단례 할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위로 언니 둘은 야학이라도 다녀 한글을 깨쳤지만 아버지는 “가시네들 갈쳐야 암 소용없다”며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또 어머니는 당시 길쌈을 하고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기에 사고로 먼저 떠난 큰언니의 딸도 김단례 할머니 몫으로 떨어졌다.
한글을 깨친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수원에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이다. 친구는 마을 뒤 동백나무 숲 아래서 학교에서 배운 ‘영희야 놀자, 바둑아 이리와’ 등을 읽어주며 한글을 가르쳐주려고 했다.
친구 얘기를 하면서 김 할머니의 눈이 빨개졌다. 가장 만나고 싶은 친구인데 건강이 안 좋아 걱정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으니 무릎도 아프고 속도 안 좋지만 꼭 한번 친구를 찾아가 보고 싶다고 했다.
자녀들에게도 편지를 쓰고 싶은데, 자꾸 받침이 어려워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는 그때 키운 조카는 옷장사로 성공해 서울 명동에 집이 2채나 되고 통장에 돈이 떨어지지 않게 용돈을 보내온다고 자랑한다.
10년 전 마산에서 읍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 할머니는 마산에서는 농사짓느라 글을 몰라도 살았는데, 읍에 나와 보니 사방이 읽을 것 천지라 한글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만나면 쪽지도 주고 그러는데, 읽을 수가 없으니 억울했다. 때마침 해남종합복지관에 한글 교실이 열렸고, 꿈에 그리던 한글을 배우게 됐다. “옛날에는 포도시 이름만 썼어요.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부끄럽고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지금은 거뜬히 주소도 쓸 수 있고, 방학을 맞아 선생님께 편지도 썼다. 간판도 읽을 수 있다. 글을 알게 되니 세상이 환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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