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연대사업부장)

 최근 미국의 아시아 패권 전략의 핵심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일본, 호주, 인도를 전면배치하고 한국을 비롯해 타이완,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뒤를 받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려 하는 전략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미국의 요구는 이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트럼프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외교적으로 곤경에 처하자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해외파병 주둔 경비의 대폭 삭감이라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재선하려는 정치적 속셈을 깔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거센 압력에 굴복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보류했듯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마저도 미국 의도대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하면서 1조원에서 6조원으로 엄청난 증액을 요구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관련 여론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 또한 다르지 않다. 이러한 반대여론을 의식해서 미국은 분담금을 지난 수준에서 올려주고 최근 긴장되는 북미정세와 남의 자주 국방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대량의 무기판매로 실리를 챙겨가는 방향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 법적 근거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전문과 3조에서 태평양 지역안보를 거론하고 4조에서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규정하고 있다. 4조는 미국은 슈퍼 갑이고 한국은 슈퍼 을이 되는 세계 어느 국제법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규정이다. 이 4조를 바탕으로 주한미군주둔군협정(SOFA, 소파)이 부속 협정으로 만들어졌고, 그 SOFA에서 주한미군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만들어졌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등 3가지 명목으로 분담해 왔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미본토에 배치된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비용, 한반도 역외지역 작전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데 드는 순환배치 비용, 작전준비태세 비용까지도 한국이 부담하라고 하는데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문과 4조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에 관련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건 불법이며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 정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불평등한 군사동맹의 개폐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변화된 시대상에 걸맞게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남북의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제대로 놓는 길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박근혜와 함께 청산됐어야 하는 세력들에 의해 5·18항쟁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묻혀있고, 생존권 투쟁과 소수자들의 평등요구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촛불을 등에 업었던 현 정부는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존중 약속을 잊어버렸다. 농민들은 개도국지위 포기라는 안전망마저 잃었다. 여전히 불평등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남 일이 아닌 나의 일이듯 우리 이웃의 눈물을 함께 나눠야 우리들에게 쌓인 분노를 풀 수 있다. 우리들에게 놓인 수많은 과제를 따로 떼어놓는다면 해결의 길 또한 멀어진다. 적폐정권을 무너뜨린 힘은 국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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