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소재 다큐영화 「삽질」 공동체 상영을 준비하며-

▲ 김 미 옥(해남여성의 소리 회원)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와 영상 속에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누가 은폐하고 저항하는지 대혼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보란 듯이 더욱 부흥 번창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이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지난 연말 지인으로부터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다큐영화「삽질」의 공동체영화 상영제안이 있었다. 낼 모래 떠오르는 새해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며 회고와 성찰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점에 우울하고 칙칙한 ‘녹조라떼’를 품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4대강 의제를 다룬 다큐 영화들이 파괴되는 환경과 이를 안타까워하며 맞서는 선한 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삽질」은 대형 국책사업으로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이들의 현재를 조명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발상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한다. 그 도중에 숱하게 튀어나오는 기막힌 진상들은 마치 고구마 줄기 엮이듯 우리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조명해 낸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도에 중독돼 있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등 절체절명의 과제처럼 비극적 사건이나 사회적 참사가 터지면 온 나라가 들끓다가도 심한 경우 며칠만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러나 ‘녹조라떼’가 ‘슈가맨’이 된 것은 ‘잊혀진 까닭’보다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세월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걸렸다고 한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신했고, 22조2000억원(토지수용 및 기타 추가 비용 때문에 30~34조로 보기도 한다)이 투입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 과정과 결과가 이 작품엔 시간을 압축한 듯 고스란히 들어차 있다.
영화「삽질」은 국가적 규모의 환경정비(라 쓰고 파괴라 읽는) 사업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삽질」에는 ‘4대강 독립군’이 등장한다. 국가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강과 자연을 식민화하려는 시도에 대항해 ‘강’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인 것이다.
영상 속의 ‘4대강 독립군’들은 대운하 계획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책 당사자들의 오만과 편견, 자연에 대한 폭력과 이들의 저항을 쫓지만 오는 2월6일「삽질」을 접하게 되는 해남 사람들은 ‘생명·평화와 공동체의 삶’에 관한 진솔한 되새김의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가 이웃과 주변에 소통하고 공감하는 삶을 중심으로 성찰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공정책의 실현이 어울린다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조성하는 혼란은 더 이상 우리 곁을 맴돌기 힘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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