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창 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올핸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장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열린 문들을 통해 식장 안의 모습을 넘겨보기도 했습니다. 아예 학교 건물출입이 금지돼 교정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코로나 여파가 아니어도 졸업식 풍경이 지금까지 많이 변모한 것 같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 모든 아이들에게 두세 개의 상이 수여되기도 하고 졸업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졸업식은 누군가에겐 그리 즐거운 자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0년 넘는 세월 사회복지사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다 보니 2월이 되면 조금 씁쓸하고 엷은 가슴앓이를 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이 친구들이 꿈을 발견하거나 꿈을 향해 한걸음 내딛기도 전에 포기와 좌절이란 단어로 쉽게 세상 구석으로 내몰리지 않을까하는 작은 두려움. 다른 이들보다 바람막이가 약한 이 아이들이 드넓은 벌판 바람 속에서 어찌 견딜까 하는 염려는 기도가 됩니다. 
그래서 더욱, 졸업식장이 누구에게나 행복한 시간이길 바라는 욕심을 갖게 되나 봅니다. 
탁월한 성적을 자랑하거나 혹은 늘 꼴찌를 담당하던 학생이라도. 늘 어여쁜 행동으로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거나 늘 발칙한 행동으로 눈 밖에 나 있던 친구라도. 매사 학교에 관심을 보인 적극적인 부모님을 두었거나 졸업식마저 학교에 발을 들이지 않는 얼굴 없는 가족을 둔 아이일지라도. 아니, 그 어느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묵묵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대부분의 졸업생에게도 졸업식은 그들 모두의 잔치였으면 좋겠습니다. 
돌잔치, 혼인잔치, 환갑잔치 등 특정한 주인공을 두고 그에게 온 관심과 축하가 쏟아지는 잔치가 아닌 그 모두를 위한 잔치.
친구들과의 수다로 즐겁고, 때론 선생님들의 사랑의 수고로 행복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만났을 때의 성취감에 환희했던 시간을 간직했기에 졸업식은 잔치입니다. 
친구로 인해 베개를 적시며 마음고생 하던 그날 밤, 시험 성적표를 들고 계신 선생님의 매서운 눈초리에 가슴 졸이던 그 수업시간.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해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이 비통했을 그 시간을 맛보았기에 졸업식은 잔치입니다. 
끊임없이 찾아온 선택과 갈등, 기쁨과 슬픔, 부요와 빈곤, 자신감과 좌절감을 껴안고 온 지금을 만난 아이들의 잔치입니다. 가족,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 가운데 찾아왔을 무수한 씨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고 참아온 대견한 그들 모두를 위한 잔치입니다. 
이 잔치가 끝나고 각자의 길에서 잠시 멈춰 서야 하거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하는 자리에 있을지라도 좌절과 포기를 뿌리칠 수 있는 힘을 선물하는 잔치, 모두의 잔치가 졸업식이길 바라봅니다. 
긴 시간, 약속된 기간 너희가 이루었을 무언가를 어른들이 발견하지 못하였을지라도 성장통 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너희 모두를 위한 잔치, 오늘은 너희 모두의 잔칫날이다. 너희의 졸업!  
그리고 그 많은 시간 다양한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하셨던 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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