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옥 열(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 김 옥 열(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술자리 대화 한 토막. “나 오늘은 감기기가 있어 쉬면 안 될까?” “무슨 소리야. 감기는 소주에다 고춧가루 풀어 한 잔 해불면 싹 떨어져.” 
하나 더. “어제 과음해서 속이 불편해. 오늘은 쉬고 싶은데?” “에이, 술은 술로 풀어야지. 한 잔 딱 하면 개운해져. 자 원샷!”
술꾼들이라면 익히 공감할 이야기다.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권커니 잣거니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 탓에 술자리에서 흔한 레퍼토리. 술을 참으려는 친구는 결국 못 이기고 술잔을 들이키고 만다. 어제 마신 술이 목구멍으로 다시 넘어오는 느낌이 들어도 다시 부어라 마셔라다.
한술 더 뜨는 사람들도 있다. “나 오늘 건강검진했는데, 위산과다로 당분간 금주를 하라는디? 약도 지어왔어!”, “나 오늘 이빨 뺐는데….” 분명 술을 좀 참겠다는 의도인데 술친구들의 반응은 그렇다. “야, 그거 없는 사람 어디 있어? 그까잇거 한 잔 해불면 소독돼서 더 좋아. 자 건배!” 이쯤 되면 방어논리는 무너지고 곧바로 원샷 퍼레이드에 2차도 무난하다.
술꾼들의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그 ‘그까잇거 문화’를 좀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까잇거’는 어떤 심각한 사회문화적, 또는 개인적 병리현상을 가볍게 보고 무시해버리려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 중 하나다. 
그 문화적 심리적 배경엔 과시욕구와 허영심 등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지간한 일은 대범하게 넘길 줄 안다는 것을 드러내고 우쭐대는 심리들. 남자들에게 특히 강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아마 보편적 현상 아닌가 한다. 앞의 예에 연결 지어보면, 그렇게 술을 마시고는 다음 날 또 이런다. “야, 나 사흘 연짱 해부렀다”거나 “나는 말야, 위에 용종 떼고도 그날 저녁 폭탄주 열 잔 해버린 사람이야”와 같은 무용담으로 이어진다. 다 허세이며 과시욕이다. 그런 결과가 위, 간질환 환자가 많은 대한민국의 현실로 나타난다.
이 같은 개인적 과시욕들이 쌓이니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현상들이 엄청나다. 도무지 없어지지 않는 음주운전이 그렇고, 그렇게 가지 말라는 이슬람국가에까지 가서 포교에 나섰다가 화를 자초하는 일까지 별일이 다 있다. 기어이 통제선을 뚫고 산에 오르고, 먹지 말라는 민물고기 회 즐기고, 공사도 대충 하고 안전모도 대충 쓴다. 주변에 이런 일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죽했으면 ‘그까잇거 대충’이라는 말이 유행했을까. 
코로나 확산사태를 보면서 이 ‘그까잇거 문화’가 다시 생각난다. 국가적 재난사태를 걱정하며 노심초사 방역과 사태방지에 애쓰는 한편에서는 ‘그까잇거’ 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대규모 집회를 하지 말라는데 모여서 기도하다 대규모 감염사태를 불러오고, ‘걸려도 좋다’며 집단정치행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남들이야 뭐라던 이상 징후에도 조심성 없이 활보하는 사람부터 다중집합장소에 마스크도 쓰지 않고 나타나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다. ‘그까잇거 뭐 별일 있겠어?’라며 마치 그런 행동이 용기 있고 대범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까잇거’와 반대되는 행동양식에 ‘사삭스럽다’는 말이 있다.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신경 쓰며 주의하고 남을 배려해 먼저 조심하는 태도 말이다. 우린 흔히 ‘사삭스럽다’를 부정적으로 사용하지만, 사삭스러움은 배려 있고 이타적인 행동이다. 코로나 사태가 엄중하다. 
모두 ‘그까잇거’ 하지 말고 제발 좀 ‘사삭스럽게’ 행동하자. 사삭스럽다고 깔보지 않을 테니 제발 좀 사삭스럽고 조심스럽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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