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창 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잔상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유태인 학살을 담은 영화. 주인공인 아빠 귀도가 유대인 수용소의 생활에 대해 어린 아들에게 탱크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며 죽는 순간까지 그곳 생활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한 필사적인 모습을 그린 영화. 
“너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아이들의 일상이 회복되길 바랄 뿐입니다” 지난 7일 준비한 간식을 들고 아동들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과 생활 상태를 살피고 돌아와 박길순 두란노지역아동센터장이 한 말이었습니다. “마음에 숨통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라던 박정숙 드리미센터장의 말에도 모두 깊이 공감을 했습니다. 
2008년 새하늘지역아동센터의 문을 연 후 주말, 공휴일 외엔 아이들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역아동센터에도 지침사항이 돼 아동들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동들의 상태를 전화로만 통해 체크하다 얼굴을 보니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이 모두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생기는 작은 기우는 가시지 않습니다. 개학이 4월6일로 추가 연장됨에 지역아동센터가 태동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점이 상기됐기 때문입니다.   
1986년부터 자생적으로 조직돼 운영됐던 공부방이 시작이었습니다. 서울 중심으로 돌봄 취약계층의 아동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간식 제공, 학습지도 등 기본적 돌봄으로 운영됐습니다. 거기에 IMF로 가정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해체되면서 아동들의 돌봄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2004년 무방비 상태에 놓인 돌봄 필요 아동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역아동센터란 명칭으로 법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아동복지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아동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역아동센터가 태동되기 전 그 전의 가정의 기능들이 회복되는 시간으로 이 코로나19 위기가 사용되길 바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안전한 가정망이 세워지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제2의 IMF가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행인 것은 그때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 아동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또 많은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가정이 든든했으면 합니다. 경제적, 정신적 위기로 아동들의 최상의 보호처인 가정이 약해지거나 사라지거나 암울한 경험을 재반복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기도합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클라이막스에 다랄 때 쯤 아빠 귀도는 수용소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러 가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마지막 게임은 숨바꼭질이라며 철장 속에 숨겨놓은 아들 조수아를 바라봅니다. 총살당하러 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 아들을 위해 윙크하며 익살스럽게 걷는 그 장면.
그 장면이 자꾸자꾸 떠오릅니다. 
어려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가정이 최상의 돌봄이라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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