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면 고병임·오중근 모자
26년 경력의 호떡집
1,000원이면 두툼한 호떡을 종이컵에 턱하니 담아줘 남녀노소 줄 서서 기다리는 이곳은 완도 5일장에서 가장 유명한 호떡집이다. 해남에도 꽤 알려져 해남사람들도 찾는다.
특히 완도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이곳의 주인장은 화산면에 사는 고병임(76), 오중근(51) 모자로 벌써 26년째 이곳에서 호떡장사를 하고 있다.
아들 오중근씨는 반죽의 달인이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습도, 온도를 세밀하게 측정해 반죽이 처지지 않도록 하고 발효 시간도 다시 조절한다.
고씨는 처음부터 아들과 함께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 함께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완도까지 운전해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10년째 함께 하고 있다.
아들은 광주, 해남에서 호떡 장사를 했지만 어머니만큼 손발이 잘 맞는 사람도 없었단다.
고씨와 아들 오씨의 호떡은 모양부터 다르다. 고씨는 많은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만들다 보니 못난이 호떡, 할머니 호떡이다. 반대로 아들이 만든 호떡은 늘 반듯하고 균일하게 나온다. 그렇다고 맛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26년의 경력만큼 호떡 맛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단다.
보통 호떡은 소로 승부를 보지만 고씨는 반죽에 승부를 걸었다. 완제품으로 나온 믹스가 아닌 찹쌀, 밀가루, 소금 등으로 재료를 혼합해 직접 반죽을 만들기 때문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한겨울에는 손님들이 20명씩 줄을 서서 사갈 정도다. 또 좋은 재료가 없으면 아예 장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호떡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고씨는 처음 송지장과 완도오일장에서 호떡장사를 시작할 때 너무도 창피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장사를 했다. 그것이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고씨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금은 날씨가 쌀쌀해 앙고라 모자를 쓰는데 계절과 컨디션에 따라 모자를 자주 바꾼단다.
고씨는 “26년 전에 처음 호떡 장사를 제안한 이는 아들이다. 그때는 호떡 장비를 몰라서 밥그릇을 핀 것에 호미 손잡이를 붙여 호떡 누르는 장비를 만들었고 반죽에 막걸리를 넣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달인이 됐다”고 말했다.
아들 오중근 씨는 자본이 넉넉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저자본 체인점을 계획하고 있다.
오씨는 “26살부터 호떡장사를 하면서 시행착오가 참 많았다. 고구마, 고기, 치즈, 초코 등 다양한 호떡을을 해봤지만 가장 기본적인 게 대중적인 것이었다. 메뉴를 점차 줄이다 보니 지금의 한 메뉴만 남게 됐다. 이전 체인점을 운영할 때는 반죽을 만들어 반품했지만, 지금 준비한 것은 간편하게 물만 붓는 방식으로 개발 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빚고 어머니가 뒤집는 완도 5일장 호떡, 오늘도 온 동네에 향긋한 기름내를 풍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