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같지만 이런 말이 유행이다. “이제 우리 지구인들의 삶은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A.C.)로 나뉜다”고. 서양 사람들이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Before Christ, B.C.)과 기원후(Anno Domini, A.D.)로 나눠 세는 서력용어를 차용한 농담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 생활패턴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과 대강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코로나가 몰고 올 사회 전반의 변화가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당연히 그 변화는 한 나라, 한 분야의 일이 아니고 전 인류적이며 모든 영역을 망라한 총체적 ‘전복(顚覆)’ 현상일 것이다.
전염병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근원적 요인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면 ‘우리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를 죽이려는 듯한 탄소배출, 플라스틱 투기 및 난개발 등 인간의 환경파괴, 도시화로 인한 공해 등의 문제, 2차 제조산업 배치의 불균형으로 인한 인간 삶의 붕괴, 이기심의 극치를 보인 인간공동체 등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반성을 할 것이다.
마구 먹고 쓰고 버리는 소비태도가 달라질 것이고 대량생산 과잉소비 무한파괴의 삶도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다. 좋은 곳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가서 과소비하고 더럽히는 모든 행태도 달라지리라. 생산은 공정하고 친환경적으로, 소비는 합리적이고 축소지향적으로, 공동체는 이타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대변화의 시기가 우리 앞에 다가온다. 더구나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코로나 같은 퇴치불가능한 바이러스들이 인간 곁에 자리 잡을 것이고, 훨씬 더 무서운 감염병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서는 변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테니까.
조금 더 우리 삶의 터전으로 내려와 보자. 조만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감염에 취약한 밀집형 도시생활을 버리고 귀농귀촌의 큰바람이 불지 모른다.
환경을 파괴하는 탄소배출형 소비를 버리고 자연순환형 생활자들이 늘어 따뜻한 남쪽 바닷가로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알 수 없는 일다. 접촉감염을 피해 숲이 좋은 남도 어느 마을이 주거지로 인기를 끌 수도 있다.
그동안 도시 사는 인간들이 시골생활 때 문제라고 내세우던 문화, 교육, 의료 문제가 시골에 살아도 아무 제약요인이 안된다는 것도 보여주었잖은가? 원격 의료, 온라인 교육, 인터넷을 통한 문화활동과 경제생활이 전혀 문제없음을….
어쩌면 황당할 것 같은 미래사회의 변화를 두서없이 주절거렸다. 그러나 분명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우린 그 중심에 서게 됐다.
이제 세계 차원은 물론 국가 및 지역단위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남과 같은 농어촌단위 시군, 그리고 행정을 하는 사람들도 이런 부분에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운을 떼보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이 너무 앞서가는 듯하지만 혹시 아는가? 시의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이 될지. 덜 파괴적이고 덜 소비적인 삶에 대한 준비를 우리가 먼저 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위해 친환경 재생 에너지 생산시설을 대폭 늘리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한 정보화시설, 공공의료제도를 확충하고, 자급자족하고 상호부조적인 작은 단위 공동체운동을 벌여 미리 준비하면 안될까? 친환경적이고 고품질 소량소비에 대비하는 농수산업정책과 공정여행에 가까운 형태의 관광문화를 준비하는 혜안을 만들면 어떨까?
정말 반짝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여러 조건이 좋은 해남군이 한번 앞장서 고민해보았으면 하고 드리는 말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