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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이 장단으로 서남해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던 산줄기가 숨을 고르며 쉬는 듯 바다위엔 갈매기들의 진양조 장단 같은 하느작거림만 있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일렁인다. 무용수의 치맛자락도 따라 움직인다. 물결이 밀려가자 살며시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무용수의 보일 듯 말 듯한 하얀 다리처럼 앞섬으로 길이 드러난다. 부표처럼 수면에 뜬 섬들이 숨을 죽이고 해안의 춤사위를 응시하고 있다.
임하도 뒤편의 해안은 모래의 부드러움과 바위의 힘찬 굴곡이 어우러져 한 편의 춤사위를 연상시키는데, 거리의 춤꾼으로 알려진 김영자씨는 이곳에서 창작무의 영감을 얻는다.
그녀의 아름다운 손동작은 임하도 해변의 부드러운 해안선을 닮았고, 때로 격하게 돌아가는 몸동작 또한 힘찬 바위의 골격을 닮았다.
임하도 등대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난 오솔길 주변엔 관목들 사이로 소나무와 예덕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는데, 좌우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세파에 찌든 때를 씻어주는 것만 같다. 김영자씨는 해안가에서 작품 구상 이후 이 길을 걸으며 사색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춤에서는 바다 냄새가 난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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