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어떨까 주인도 너무 궁금 10년전 김장독 몇개 묻었는지도 잊어 올해 꼭 꺼내보려 하는데 마음이 떨려10년 된 묵은지는 어떤 맛일까? 세월의 깊이만큼 맛도 깊을까?
정작 김치를 땅에 묻은 이옥자(61·해남읍 구교리)씨도 그게 너무 궁금하다. 마을 사람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이 씨의 10년된 묵은지는 마을의 최대 관심 사항,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독을 땅에서 꺼낼 거냐며 물어온다.
2001년의 일이었다. 그해따라 배추가 풍작이었다. 심은 배추를 생각 없이 모조리 김장을 하다 보니 양이 너무 많았다.
이 씨는 많은 양의 김치를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집 앞 은행나무 아래에 꽁꽁 묻기로 했다. 그리고 10년. 이 씨도 10년 전에 몇 개의 독을 묻었는지 가물가물하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그 때 갓 김치도 함께 묻었다고 우기지만 이씨는 기억에 없단다. 이 씨는 10년간 김치를 그대로 묻어둘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가다보니 세월이 흘러갔고 5년이 넘어서자 에라 10년을 채워보자는 식으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도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 앉게 되면 김칫독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도대체 김치가 어떤 상태인지 도무지 궁금해서 못살겠단다. 그러나 손을 대면 상해버릴 지 몰라 감히 누구도 파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치는 혐기성 발효를 하기 때문에 한 번 산소와 맞닿으면 바로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씨의 10년 묵은 김치는 화제가 돼 모 방송국에서도 두어 차례 취재를 나오겠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방송 취재를 위해 김치를 꺼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해에도 300여포기의 김치를 담았는데, 그 중 100여포기는 이미 팔렸고 나머지 200여포기는 아직 땅에 묻혀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직접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배추라 배추 자체의 맛도 뛰어나지만 이 씨의 음식 솜씨까지 곁들여져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김치다.
이씨는 5kg된 묵은지는 3만원, 10년산 김치는 15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명씩 오면 절대 팔지 못한다. 한꺼번에 소화시켜야 되기 때문에 집단으로 구매하면 좋겠단다. 문의 010-9452-4507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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