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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면과 옥천면 경계에 있는 자경동 길가약수터 주변은 해발고도가 비교적 높고 주변의 산들이 첩첩이 싸여 있어 마치 깊은 산중에라도 들어선 기분이다.
무대에 자욱하게 깔리는 드라이아이스처럼 길바닥에 누운 돌가시향이 사람의 발길에 풀썩인다. 돌가시를 향해 엎드린다. 순간 진한 장미향이 코끝을 스친다. 나무에 의지한 연두색 청미래(맹감) 열매 뒤로 안개에 가린 산들이 도화지처럼 펼쳐졌다.
조경애(해남제일중 국어교사)씨는 마음이 외로울 때나 울적할 때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도 이곳을 찾는다. 둘러 싼 산속에 들어서면 큰 맘 먹지 않아도 지리산에 오른 듯한 느낌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고도 싶지만 실에 묶인 연처럼 그녀가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실을 풀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저 자경동에서 지리산을 보아야만 할 처지이다.
조씨는 괴로울 때는 이곳을 찾지 않는단다. 자신의 괴로운 마음이 아름다운 자연을 오염시킬 것 같아서란다.
그녀는 안개가 낀 날보다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산과 하늘만 있을 때 오면 산도 하늘도 날아가는 것만 같다고 한다. 특히 해거름에 오면 산의 농담이 짙어져 마음 또한 차분해진단다.
하늘이 내려왔는지 멀리 산허리까지 구름이 가렸다. 비온 뒤라 공기가 풋풋하다. 보랏빛 엉겅퀴꽃에 표범무늬 나비가 앉아 느릿한 부채질을 한다. 초여름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괜스레 마음이 달뜬다.
답답한 날 지리산의 넓은 가슴에 안기고 싶은 사람들이여 자경동으로 가자.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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