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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선박에 사용되는 ‘줄 감는 롤러’를 개발한 이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도리에서 제일밧데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식(55)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15년 전 김 채취용 모터를 개발해 어민들의 고통을 해결해준 바 있는데, 이번에는‘줄 감는 롤러’를 개발하게 됐다.
이씨가 바다와 관련된 제품을개발하게 된 데는 김 채취를 하던 매형 때문이라고 한다. 김 채취는 한겨울에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당시엔 경운기 엔진을 이용하여 김 채취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매형을 따라 김 작업을 나갔다가 경운기 엔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씨가 개발한 제품의 특징은 리모컨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운기 엔진과 달리 상황 대처가 빠르다는 점이었다. 또한 엔진이 아닌 DC모터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없고, 힘이 좋으며, 반응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씨는 70년에 화산중학교를 5등으로 합격하였으나, 집안 형편상 진학하지 못하고 형님이 운영하던 현재의 제일밧데리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하면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다. 중동바람이 불던 80년대 아랍에미리트에 다녀온 후 형님의 가게를 물려받게 되었다. 김 채취용 모터를 개발한 이후 김의 품종이 다양해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일반 김은 문제없이 작동하던 것이, 새로운 품종에서는 힘이 달려 작동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당시 이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M602 군용트럭에 쓰던 발전기 1000여만원어치를 수집해놓은 상태였다. 이씨는 그 발전기를 개조해 모터로 쓰고 있는데, 자칫 자동차 수리해서 번 돈을 모터로 다 날릴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선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을 했다. 그 결과 900회전을 하던 모터가 2700회전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특허 획득은 물론 서남권의 김 채취 어업인들에게 불티나게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줄 감는 롤러 개발에서도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24V짜리 모터를 12V로 바꾸면서이다. 결국 코일의 양을 줄이면서 해결을 보았다고 한다. 기존의 선박에도 줄 감는 롤러가 장착이 되어 있지만, 이씨가 개발한 모터는 내부식성과 힘이 좋고, 전기소모가 적어 입소문을 타고 줄을 이을 정도이다.
이씨의 다음 구상 또한 물김과 관련된 것이다. 채취한 김을 삽으로 담는 작업이 여러 모로 불편하다는 것을 보고, 모터를 이용한 자동화 기계를 설계하기로 했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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