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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래도 손님이 한명이라도 있네요”라며 다른 날 같으면 빈차로 가기가 일쑤라는 해남교통 장행배 버스운전원.
장기사는 손님이 있든 없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로 가야 한단다. 버스를 기다리는 한명의 손님을 위해.
해남읍내를 벗어나도 빈 정거장이다. 20여분 만에 산이 덕호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손님이 버스를 타더니 산이면소재지에서 금방 내린다. 승객 없는 버스는 시골마을들을 지나 40분 만에 종점인 산이 신흥리에 도착한다.
5분간 정차 후 왔던 길로 되돌아 나온다.“다음 정차지는 흑두마을입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흑두마을 정류장에 도착하니 할머니 4분과 학생 5~6명이 차에 오른다.
이때부터 마을 정류장마다 할머니와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산이면 소재지에 도착하자 금세 만원버스로 변해 버렸다.
해남읍으로 오는 각 마을정류장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다.
마산 육일시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버스 안은 발디딜 틈 없이 콩나물시루가 돼버렸다.
만원버스엔 누가 탔을까, 80여 명 중 할머니가 30~40명, 학생 30명, 할아버지 10여 명 남짓.
군내버스엔 10대와 60대 이상의 노인들만 있었다.
그렇다보니 기사들은 더 한층 조심할 수밖에 없단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았는지 확인한 후에야 출발해야 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버스에 오르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다들 노인들이다보니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하는 장면이 없다. 늦게 타면 고스란히 서서 가야한다는 점이 새삼 웃음을 짓게 한다.
군내버스 파업에 대해 만원버스에서 만난 할머니들은“버스 안댕기믄 안 되제. 왜 그란다요, 언제한다요”등을 물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에게 군내버스는 발이자 세상과의 소통의 매개체였다.
군내버스가 달려야 하는 이유다.
아침 6시10분에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군내버스는 2시간인 아침8시5분 다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장 버스운전원은 바로 행선지를 바꿔달고 1분도 못돼 기다리고 있던 3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산 당두리로 출발했다.
해남교통 군내버스 파업여부를 두고 걱정이 많다. 군내버스는 계속 달려야 한다. 해남교통 노사 간의 원만한 협상을 기대해 본다.
박성기 기자/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