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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농약 4년, 무농약 3년을 거쳐 이제는 친환경 마을이라는 브랜드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곳.
월산 마을에 친환경농법을 도입한 이는 최재문(53)씨다. 최 씨는 마을 이장을 하던 2004년 도에서 친환경 영농을 접하게 됐다. 최씨는 제초제에 헐벗어 가던 마을을 푸르게 푸르게 변화시킬 꿈에 부풀었고 꿈이 너무 커 두려운 줄 모르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그는 몸소 친환경농법을 실천했다.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다. 가뜩이나 일손도 부족한데, 논둑 밭둑 풀을 베어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밤에 몰래 제초제를 뿌리는 사람도 생겼다.
친환경농법은 바로 무농약으로 전환할 수 없다. 제초제에 절여진 땅의 지력을 회복시키려면 4년 정도의 회복기가 필요하다. 이 기간은 실질적인 소득과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내와 소신이 없으면 버텨내기 힘들다. 최 씨의 노력에 감동한 주민들도 하나둘 제초제를 버리고 동참했다.
최 씨는 제초제의 폐해를 입증하기 위해 고추 시범포를 운영했다. 제초제를 살포한 200평은 붉은점박이병과 무름병이 발생한 반면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밭은 병해를 입지 않았다. 월산마을 고추밭에는 일반 고추밭에서 발생하는 역병과 탄저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효과는 제초제를 3~4년 동안 쓰지 않아야 얻을 수 있단다.
그러나 충해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딧물은 담뱃대를 삶은 물을 살포해 제거하고, 벌레들은 친환경약제인 ‘제충구’나 젬피나무로 약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월산마을은 땅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사람도 달리고 나면 쉬어야 하듯 2모작을 하지 않는다. 땅에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대신 노는 땅은 자주 로터리를 쳐 잡초를 제거해 준다. 또한 질소질이 많은 우분퇴비도 쓰지 않는다. 질소 성분이 작물의 연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란다. 대신 깻묵, 옥수수, 풀 등으로 만든 유박을 쓴다.
마을 뒤편의 굴양식장에서 생산된 굴껍질을 이용해 천연석회로 쓰는데 굴껍질은 바로 쓰면 알칼리 성분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빗물에 1년 정도 중화를 시켜 사용한다.
친환경양파는 풀과의 전쟁이다. 그러나 20kg 당 1만6000원에 거래돼 약 3배(일반 5000원)의 이익을 가져다준다. 김장배추 또한 100평 당 120만원으로 일반 배추에 비해 4배(3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현재 월산마을에 재배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은 고추와 벼이다. 벼 또한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다.
무엇보다 친환경 재배를 하면서 흙이 살아나고 소득이 늘어난 점이 마을의 변화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을민 모두 친환경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메뚜기가 뛰어놀고 반딧불이 창공을 나는 동네, 16가구 주민들이 만들어낸 친환경 마을이다.
최 씨는 견학을 오는 농가와 마을 자체 교육을 위해 마을에 교육장을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한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