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 사찰을 시행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적이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박통이나 전통 시절도 아닌 때에 민간인 불법 사찰을 실시하느냐는 여론이었다. 세상은 이미 변해 있는데, 옛 향수에 젖어 사는 일부 공직자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다시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그곳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와 있다.
며칠 전 해남군청에서는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발생했다. 군민을 향해 항상 활짝 문이 열려 있어야 할 군청을 경찰들이 막아선 것이다. 일각에선 해남군청이 중앙정부를 닮아 권위적인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군은 이에 대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옹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군정은 주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관선 시대도 아닌 민선 군수 시절에 업무의 수월성만을 생각해 군민과의 언로를 차단한다면 이는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다.
군청의 요청이었는지 아니면 해남경찰서의 자발적인 협조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침소봉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정도는 요령 있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성분의 것이 아니다. 관청이 군민을 화합과 상생의 동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립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태도가 근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80년대를 돌이켜보자. 방패를 들고 관공서 곳곳을 막아선 경찰들이 떠오른다. 경찰배치가 해남군의 요청이었다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적극적으로 군민과의 대화를 거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거부당한 민심은 폭발하게 마련이다. 군청은 경찰을 만나러 가는 곳이 아니다.
해남경찰서의 자발적인 협조 차원이라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구태의연한 답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있어야 할 곳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군민들이 드나드는 확 트인 군청이 아니라. 어두컴컴하고 후미진 우범지역과 같은 법의 사각지대이다. 군청의 문턱을 더 낮춰, 찡그리고 온 민원인이 웃으면서 나갈 수 있는 군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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