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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찢어서 건네주는 묵은지의 맛이 밥을 생각나게 만든다.
정씨 묵은지의 특징은 돼지뼈국물에 있다. 그가 돼지뼈국물로 김치를 담게 된 것은 10여년 전 식당일을 하면서부터이다. 돼지뼈국물을 이용하여 담은 김치는 은은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는 것을 터득했던 것이다.
현재 정씨의 저온저장고에는 200포기 정도의 지난해 묵은지가 남아 있다. 주로 식당에서 주문을 해오는데, 서울 부산 등지의 가정집에서도 주문을 해온다. 정씨는 가정용은 20kg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홍어회 식당에서는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정씨의 김치만 쓰고 있는데, “바로 전라도 맛, 이것이다.”라며 정씨의 김치만 찾는다고 한다. 서울식 김치는 주로 새우젓을 쓰지만 멸치젓이 많이 들어간 정씨의 전라도식 김치는 맛이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정씨는 올해도 2000평 정도에 배추를 재배할 계획이다. 절임배추와 묵은지로 판매하기 위해서이다.
4대가 모두 한 집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는 정씨의 집은 가정이 화목해서인지 김치맛도 특별하다. 정씨의 장독대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간장 항아리마다 나뭇단이 들어있다. 옻나무란다. 옻은 간장의 변질과 구더기 발생을 막아주기 때문이란다. 정씨는 직거래로 김치를 팔고 있는데, 맛이 좋아 김치 외에도 새우젓, 된장, 간장의 주문도 함께 들어온다.
정씨는 올 가을에는 녹차김치를 담아보겠다고 한다.
정씨만의 김치 노하우를 살짝 물었다. 우선 양념부터 살펴보자. 돼지뼈를 푹 고아 그 국물에 찹쌀죽을 끓인다. 그 다음 멸치, 양파, 다시마를 함께 넣고 끓여서 육수를 만든다.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무를 갈아서 넣고, 쪽파와 갓, 미나리를 어슷어슷 썰어 넣는다. 그리고 굴(석화)을 듬뿍 넣는다. 이 때 양파와 무는 김치가 익으면서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채 썰어 넣지 않는다. 또한 당근은 비타민을 파괴한다고 알려져 있어 김치에 쓰지 않는다. 여기에 농협에서 구입한 멸치로 직접 담은 멸치젓과 해남장에서 구입한 징검새우로 직접 담은 새우젓을 넣는다.
정씨는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재료는 성에 차지 않는다. 미나리, 굴, 돼지뼈 외에는 모두 자신이 재배한 것들이다.
다음은 배추 절임이다. 정씨는 직접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배추를 바닷물에 절인다. 이 때 쓰이는 바닷물은 현산 김공장에서 길어오는데, 깨끗이 걸러진 바닷물에 배추를 넣고 소금을 뿌린단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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