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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의 저녁 예불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땅보다 하늘이 좁은 대흥사 계곡, 최치원은 세상의 소리가 듣기 싫어 물소리로 세상을 둘러버렸다고 얘기했다.
한 여름 세상 시름 잊고 싶으면 대흥사 물소리에 잠겨보자. 편백숲이 내뿜는 그윽한 숲의 향기에 취해보자.
대흥사 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아래로 100여m를 내려가 편백숲에 들면 계곡에 천연 암반 보가 나온다.
보에는 피라미들이 무리지어 유영을 하고 있고, 보 밑으로는 비스듬한 폭포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밑으로는 자그마한 소가 자리하고 있다.
보를 건너면 바위틈에서 지하수가 흘러 실핏줄 같은 폭포를 이루는데, 그 물맛은 비할 데가 없다.
지하수를 끼고 오솔길을 오르면 10여 채의 사하촌 터가 나온다. 산과 대흥사에 기대어 살던 고단했던 민초들의 집터이다. 현재는 돌담의 흔적만 남아 있다.
이 계곡은 밖에서 보면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금방 눈이 적응을 한다.
이용인(삼산초 교사) 씨는 여름 한철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작정을 하고 짐을 꾸렸다. 텐트를 치고, 어린 딸을 위해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었다.
집에서 한낮을 보내려면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가 없는데, 우거진 나무와 계곡물에 걸러진 시원한 공기는 에어컨바람보다 더 시원하단다.
자연에 들어 며칠을 보내자 극성스럽게 칭얼대던 딸의 성격도 순해지더란다.
밤이면 대흥사 계곡 좁은 하늘의 별만큼 텐트 모기장에 달라붙는 반딧불이 불빛은 덤이고, 세상 시름 잊게 하는 시원한 물소리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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