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바다에 뜨고 흰 구름은 하늘에 떠있다. 바다와 하늘이 한빛이니 섬도 구름도 형제처럼 하나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댈기미 해안을 찾기 위해 땅끝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데크길을 걸었다. 10여분 숲 그늘 길을 걸으니 땅끝탑이 나온다. 해풍에 잠시 땀을 식힌 뒤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무성한 그늘이 뿜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10분 남짓을 걸으니 댈기미 해안의 흰 조약돌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둥글 크고 작은 돌들이 질리지 않을 만큼의 양으로 깔려있다. 이곳에서 조약돌을 주워 사자봉을 쳐다본 후 소원을 빌고 바다로 돌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단, 주변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또한 이곳의 조약돌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의 고운 치아를 닮은 파도가 밀물을 따라 겹겹이 밀려온다. 이 세상 소원의 숫자만큼 깔린 소원돌들, 저마다 다른 그 소원들을 품어서 저렇게 하나하나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일까. 자갈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물러가는 물결 따라 조용히 저마다 품고 있는 소원을 말하듯 또르르르르 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댈기미 해안은 오랜 세월 물결과 구르는 돌이 서로 깎아놓은 조각품들의 야외 진열장이다. 바닥에 넓게 깔린 암반도 구르는 돌에 닳아졌는지 부드럽기만 하다. 댈기미 해안에 앉아 있으면 조약돌처럼 마음도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진다.
정수연 씨는 잠시 귀국한 동생과 함께 찾았던 댈기미 해안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모난 부분도 댈기미 해안에 누우면 모두 둥글어지는 것만 같단다. 인간도 자연에 들면 또 하나의 자연인 것을 자연처럼 이렇듯 둥글게 살았으면 좋겠단다.
박태정 기자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