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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사회자는 누구일까? 바로 고유경(37) 씨이다.
고 씨의 직업은 연극예술 강사이다. 목포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로 시작된 그녀의 MC 이력은 학교 축제 사회를 넘어 제일은행 사내 아나운서 등 화려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급기야 공중파를 타기 시작했는데, 92년부터 95년까지는 50편이 넘는 라디오 CM(광고)을 하기도 했다.
고 씨는 해남에서의 첫 사회로 고수대회를 꼽았다. 당시 그녀는 대학 재학 중이었다.
이후 제1회 명량대첩제 사회에 이어 목포에코페스티발, 천관산 억새제, 진도 민요경창대회, 민예총 행사, 단풍축제, 땅끝 해넘이 해맞이 축제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행사장에서 그녀는 관객을 만났다.
고 씨가 유능한 사회자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국악 행사였다고 한다.
행사를 보고 간 이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사회자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 사회자가 갖춰야할 덕목은 주인의식이란다. 그날 행사의 사회자로 초대되었지만, 사회자는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획 의도에 맞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객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깔끔한 사회도 중요하지만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자라고 말한다.
고 씨는 이 둘을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행사장의 사회를 많이 보고 다녔다고 하지만, 지금도 늘 무대에 오르면 긴장이 된다고 하는 그녀는 긴장은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간략한 콘티만 받아들면 사회 멘트는 모두 그녀가 직접 작성을 한다. 부족하다 싶으면 대기실을 찾아가 출연자 인터뷰도 강행한다.
사회도 공연자의 하나라고 말하는 고 씨는 지역의 행사는 대부분 리허설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항상 임기응변에 대비해야 한다. 관광해설사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그녀는 안정적인 사회진행은 출연자들에게도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96년 목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고 씨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이후 연극영화과와 사회복지과를 다니면서 그 갈증을 해소했다. 삶이란 살아온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라 삶 자체가 연극이자 종합예술이란다. 타인에게 나는 어떤 존재다라고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원하는 곳이면 어떤 형태이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프로 정신이 물씬 풍겨났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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