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연동은 어디쯤일까. 고산이 현산면 금쇄동과 해남읍 연동 사이를 오가며 오르내렸다는 목신마을 뒷산 재너머. 이 고개가 최근 복원됐다. 가파르지 않아 사색하기 좋고 울창한 소나무 사이를 걷는 상쾌감도 있는 길이다. 삼산 목신마을에서 시작되는 이 재 너머에는 금쇄동이 자리한다. 2시간이면 금쇄동까지 왕복이 가능하기에 최근 찾는 이들이 많다.
이 길은 손상철씨가 몇 년에 걸쳐 복원했다. 어릴 적 나무하러 다녔던 추억을 잊지 못해 등산로를 복원했고 지금은 동네 사람이며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가 됐다.
지난 17일 손 씨와 함께 올랐던 재너머. 이곳을 걸었던 옛사람은 보이지 않고 비만 오락가락한다. 비가 그치자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매미 소리에 놀라 굴러 떨어진다. 땀에 흠뻑 젖은 윗도리가 금쇄동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를 준다.
초가을 하늘에 빨갛게 혼인색을 띤 고추잠자리들이 날아오른다. 한을 간직한 며느리밥풀꽃에 감정이 이입되었는지 온 산에 매미 울음만 가득하다. 손상철 씨는 주말이면 이 곳을 오른다고 한다. 재 정상까지는 30여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호젓한 산길을 애견 도베리와 함께 오르면 든든하다고 한다. 아침 일찍 산을 오르면 노래처럼 온갖 잡새가 울어댄다는 손 씨는 재너머 정상에 오르면 “친구야!”하고 부른다고 한다. 자신의 추억을 간직한 나무가 바위가 그리고 산이 모두 자신의 친구란다.
손 씨는 이곳에 오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고 한다. 괴로워도 즐거워도 찾는 것이 친구인 것처럼 자신의 유년이 깃든 이 산에 오르면 과거로 돌아가 현실의 괴로움은 끼어들 틈이 없다고 한다. 햇살에 스러지는 풀잎 위의 이슬처럼 일상의 번민도 금쇄동의 바람과 함께 사라진단다. 근자에 정비한 등산로엔 1년생 동백이 풀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손 씨는 우람하게 자라 동백숲을 이룬 재너머길을 상상해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재너머길이 알려지면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고 있다. 목사모(목신을 사랑하는 모임)회원들은 매년 설날 아침 태양산에 올라 태양을 맞이한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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