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 송호리 천제단 V자형 일곱 소나무 눈길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인 송지 송호리 뒷산 천제단. 신기하게도 천제단을 둘러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모두 V자형이다. 여성의 형상처럼 보이는 이 소나무들은 4~500년생, 아래에서부터 가지가 두 갈래로 자라는 이 소나무들 가운데에 천제단이 자리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 보름달이 유난히도 밝은 날, 하늘의 선녀들이 천제단으로 놀러왔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7곱 선녀들은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격한 하늘나라에서 해방된 선녀들. 옥황상제 몰래 지상으로 내려온 선녀들은 마음껏 춤을 추며 자유를 만끽했다. 선녀들의 우아한 춤과 해맑은 웃음소리. 우주 만물들이 선녀들의 춤을 숨죽어 지켜보며 황홀경에 빠진 순간이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누구 하나 춤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달이 지고 날이 밝으면 하늘의 문도 닫히는데. 하늘의 문이 닫히면 영영 돌아갈 수 없는데도 선녀들은 그저 춤에 빠져 있다. 문득 누군가 해가 밝아 옴을 이야기하자 당황한 선녀들의 비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선녀들에게 다가온 건 문이 닫힌 하늘 문. 이젠 돌아갈 수 없다. 날 수 있는 선녀복을 누군가 훔쳐가지도 않았는데도 시간이 너무 흘러 돌아갈 수 없는 하늘나라. 선녀들은 그대로 지상에 주저앉게 됐다. 그리고 V자형 소나무가 됐다. 돌아갈 수 없는 하늘나라 대신 소나무가 되어 지상을 지키게 된 것이다.
마을이 생긴 후 사람들은 선녀 나무들이 자라는 한 가운데에 천제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선녀들의 영험함 때문인지 이 곳 천제단은 영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극심한 가뭄이 들면 송지면과 북평면 사람들은 천제봉 정상에 자리한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 1942년과 43년의 극심한 가뭄 때도 이곳에서 제를 지내자 비가 내려 해갈된 영험담은 지금도 마을에 회자되고 있다.
이곳에서 천제를 모실 때는 생기복덕에 맞는 사람을 골라 제관으로 뽑고 마을사람 누구든 문밖출입이 금지된다. 임신한 여자는 일주일 전 친정으로 보내고 제사 당일은 어두워져도 불을 켜지 않을 만큼 정성을 기울었다.      
이곳 천제단은 송지면 송호리 입구 땅끝황토나라 사업이 한창인 맞은편에 위치한다. 도로변에 선녀들의 모습이 담긴 작은 안내판을 따라가면 자동차로 3분. 차에서 내려 정상까지 걸어서 5분 걸린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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