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언뜻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좀 생소한 듯한 주제다.
주민자치의 사전적 의미는 ‘제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다. 즉 주민들이 스스로 하는 자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온전한 주민자치를 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이다.
현재 우리가 하는 자치는 해남군이라는 지방(단체)자치이고, 군의회를 통한 대의 자치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자치단위가 풀뿌리 자치의 근원인 마을과 읍면이 아닌 시·군 단위로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쪽 자치에 그치고 있다 하겠다.
사실 우리도 짧은 기간이지만 풀뿌리 주민자치를 한 적이 있다. 해방 후 1949년에 지방자치법을 제정해 1952년에 읍면 의회를 구성했고, 1960년엔 읍·면장까지 직선했으나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그 효력이 정지됐다. 그 후 1987년에 지방자치가 부활 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자치단위를 시군으로 정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반쪽 자치를 해 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지금의 자치제도와 관련해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민들의 자치의식 부재이다. 말 그대로 자치는 스스로 하는 것인데도 집행부와 의회에만 맡겨 두는 식이다. 집주인이 일만 맡겨 둔 채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셈이다. 사실 의회가 대신해 주게 돼 있지만 대의기능 또한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그러는 사이 단체장의 권한만 집중돼 제왕적 군수론이 대두되고 막강한 행정조직은 마을 단위까지 에워싸고 있다. 아울러 모두가 이런 구조적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관행과 패턴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관 주도형 하향식 자치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보조사업을 한 예로 보자.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 농업보조에도 지금 농업농촌은 지역 소멸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요즘의 무슨 무슨 권역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망하는 이유는 뭘까. 모두가 스스로 일어서는 즉 자생력을 키우게 하기보다 획일적 하향식 보조 일변도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1993년 당시 허신행 농림부 장관은 무분별한 농업보조가 농촌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다행히 근간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제도적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데, 그 요체는 국민들이 스스로 하려고 하면 정부는 지원만 해주는 아래로부터의 자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주민자치 조직이라면서 실제는 행안부가 통제하는 관치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 제도를 앞으로는 마을과 읍면의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게 하고, 이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주민자치회 제로 바꾸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우리 군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가칭 ‘해남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자치제도는 법 개정 없이도 자체조례가 가능하며 실제로 담양군에서는 지난 2017년에 이미 주민발의로 자체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순천시와 고성군에서는 읍·면장을 민간인으로 공모해 임용하는 등 주민자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초등학교까지도 학생자치회가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지금 우리의 주민자치는 많이 뒤처져있는 것이다.
장차 결성되는 주민자치회는 마을마다 옛 대동계 형식의 중립조직(대표)을 부활시키며 읍·면단위로 주민자치회를 두게 되고, 군에도 읍·면 대표들이 모인 협의회를 두게 된다.
특히 읍면 자치회와 군 협의회에는 각기 사무국을 설치해 실질적인 유지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정책심의기능과 자치 활성화 지원센터도 두게 된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정신이 없지만 세상은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자치제도가 실현된다면 실로 지방자치 30여 년 만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으며, 민주주의 원리대로 주민들이 군정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