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덕·정양승 할머니
우린 여전히 우수영 새댁

 

94세 조순덕(사진 왼쪽)·정양승 할머니는 70년 동안 우수영의 역사를 보듬고 산 친구이다. 

 

70년 세월을 우수영에서 함께했던 94세 두 소녀. 진도 오산 큰 애기였던 조순덕 소녀는 진도대교가 없던 시절 엄마 따라 진도 녹진에서 목선을 타고 우수영장에 온 것이 인연이 돼 우수영 총각에게 시집을 오게 됐다.
목포 유달산 밑에서 살았던 정양승 소녀는 19살에 우수영으로 시집을 왔다. 두 소녀가 시집왔던 곳은 우수영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였던 언덕밑 마을. 담장도 마당도 없던 언덕 밑 마을에서 두 소녀의 시집살이는 물동이로 시작됐다. 물이 워낙 귀한 우수영이라 새벽부터 동네 우물로 나가야 했던 두 소녀는 고달팠던 삶만큼이나 우물가에서 우정의 깊이를 쌓아갔다.
그리고 두 소녀는 당신들의 말처럼 집안 모양새가 조금 펴자 언덕 밑 사람들의 로망이었던 언덕 위 마을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했다고 하지만 고달픈 삶은 여전했다. 그래도 조순덕 소녀는 3남1녀를, 정양승 소녀는 3남3녀를 키웠다. 또 보름날과 명절에는 동네 아낙들과 윽씬윽씬 강강술래를 하며 우수영의 고달픈 삶의 무게를 견뎠다. 
삭신에 좋다는 물맞이 관광도 함께 했고 서울 롯데백화점도 다녀왔다. 엘리베이터가 있던 롯데백화점은 당시 최고의 관광지자 최고의 자랑거리였고 이곳을 다녀오지 못한 동네 사람들은 대화에서 왕따를 당하던 시절이었다.
70년 간 두 소녀가 함께하는 동안 20여명의 동네 갑장들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또 1년 전 조순덕 소녀마저 우수영 중앙통으로 이사를 가자 두 소녀의 만남도 끊겼다. 
조순덕 소녀의 집이 법정스님 생가 터 복원사업에 포함되자 아들집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그러나 우수영 언덕 위 마을에서 중앙통까지는 200미터 거리, 조순덕 소녀는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기에 친구를 찾아갈 기회가 없었고 정양승 소녀는 갑자기 사라진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1년이 흐른 지난달 29일, 조순덕 소녀는 집에 온 딸에게 친구가 보고 싶다고 했다. 이에 딸이 마늘밭에서 일하던 정양승 소녀를 데려왔다. 
1년 만에 만난 두 소녀. 순덕이는 양승이에게 “넌 걸어서 다니니까 좋것다. 난 유모차 끌고 다녀야.” 그러자 양승이는 “너는 아들이랑 같이 있어 좋것다.” 종일 동문서답이다. 서로의 나이에 대한 기억도 제각각이다. 한 말 또 하고 같은 질문을 숱하게 되풀이하면서도 두 소녀는 “이제 우리 둘만 남았어야” 한다.  
모습은 달라졌어도 두 소녀의 대화는 마을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새댁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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