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도태양광 갈등 점차 심화
보리수확 앞두고 발만 동동
혈도간척지로 들어서는 모든 농로가 막혔다. 보리가 한창 익어가는 데도 농민들은 이곳을 들어가지 못한다.
혈도간척지는 20년 전 소유주인 두 법인과 주민들 간에 토지 임대차 계약을 시작으로 농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곳에 문내면의 약 1/10, 580만m²(약 176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양광사업이 추진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혈도로 들어가는 길이 막히자 지난 19일 긴급 대책회의에 나섰다. 그리고 오는 25일부터 문내면을 시작으로 대규모 농기계 집회를 예고했다.
문내와 황산면 주민들은 매년 1회 혈도간척지를 임대해 벼와 보리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입구가 막히면서 올해 보리수확은 어렵게 됐다.
혈도태양광사업은 초반 주민들과 갈등이 크지 않았다.
문내면 주민들은 혈도간척지 사업을 놓고 대책위를 만들어 보상금과 환경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했을 뿐 반대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더욱이 황산면에서는 보상금 문제를 놓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동의해줄 정도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찬반을 놓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또 한국남동발전과 토지주의 지분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인 ㈜해남희망에너지의 약속이행에 대한 담보가 확실치 못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반대 움직임이 커지자 문내면 대책위는 지역공동체가 분열되선 안되고 태양광보단 농어업 등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며 지난 3월31일 반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뒤부터 발생했다.
혈도간척지 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해남희망에너지 측이 혈도간척지로 진입하는 문내면 선두, 동해, 용암과 황산면 학동, 옥동마을 등의 모든 농로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단순 구조물로 진입로를 막은 것이 아닌 땅을 파 뒤집어 놓았기 때문에 복구도 쉽지 않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농민들도 공사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개인 사유지를 막아버렸다.
혈도 간척지 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농지법상 임대계약이 3년인데 매년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하는 것도 문제인데 여기에 진입로까지 막는 것은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혈도간척지 인근의 해충피해다. 태양광사업으로 일어날 악영향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올여름부터 모기 등 해충에 따른 피해가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내면 혈도간척지는 과거부터 모기떼로 인해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다. 간척 후 3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간척지 내 물웅덩이와 습지에서 발생하는 모기떼로 인근마을 주민들은 농사는 물론 집안에서도 생활이 어려웠다.
그나마 농사를 지으면서 습지가 일정부분 사라지고 토지가 안정화되면서 모기떼가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농사를 짓지 않으면 또다시 습지와 물웅덩이로 인한 해충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 한다.
2003년 당초 토지주는 혈도간척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이 차질이 생기자 태양광발전 시설로 계획을 변경했다. 주민들은 간척지를 농지로 전환해 임대해 줄 것을 요구했고 토지주는 염분피해로 인한 농업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농지전환을 미뤄왔다. 하지만 결국 농지로 전환돼 문내면과 황산 주민들의 소중한 소득원으로 활용돼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