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사거리 ‘우리슈퍼’
46년 전 문구점으로 시작

원호마을 사거리에서 우리슈퍼를 운영하는 민씨 부부의 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점방문을 계속 여는 것이다. 
원호마을 사거리에서 우리슈퍼를 운영하는 민씨 부부의 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점방문을 계속 여는 것이다. 

 

 황산면 원호사거리에는 추억이 듬뿍 담긴 시골 점방이 있다. 46년째 점방을 운영하는 이는 민흥수(78)·정정례(74) 부부.
우리상회라 불리던 것을 26년 전에 우리슈퍼로 바꿔 그곳에 자리한 지도 벌써 46년이 됐다.
슈퍼 이전에는 항아리에 담긴 독술을 받아와 팔던 자리다.
그러다 74년도에 민씨가 이곳을 인수해 우리상회로 간판을 달고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상회는 일신, 원호, 교동, 학동, 연호 등 인근에 11곳이나 있을 정도로 많았다. 그 많던 점방 중 유일하게 이곳에서는 잔 술을 팔지 않았다. 
황산동초등학교 초입에 있었기에 아이들의 문구를 팔았고 시골점방의 흔한 풍경인 술손님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황산동초는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고 식품부터 전과, 참고서, 볼펜, 필기도구, 장난감, 뽑기 등 아이들의 보물창고였다.
빼곡히 쌓아 올린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전성기였다.
황산동초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한 교사가 이곳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옛 문방구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 찾았고 주인장의 얼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더란다. 이곳을 이용했던 꼬맹이들은 어엿한 중년이 된 지금, 이곳에서 빵을 훔쳐 먹었던 일을 자진고백하며 웃곤 한단다.
지금은 드문드문 새참거리나 음료를 찾는 사람뿐이지만 우리슈퍼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꼭 아름다운 추억만 있는 건 아니다.
88년은 이들 부부에게 잊지 못할 아픔이 생겼다. 민씨가 읍내로 은행 일을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다 경운기에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 후 1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그사이 슈퍼에 도둑이 들어 돈과 물건을 훔쳐갔고, 뒤이어 큰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지금도 아내 정정례씨는 당시를 생각하면 죽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한다. 민씨는 그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잘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매일 문을 여는 이유는 단골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농사일을 하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찾는 손님이 많다. 그래서 콘센트나 건전지, 팔토시, 모자, 장갑 등을 가게에 들였고, 새참거리인 빵과 음료수, 소주 등이 꾸준히 나가는 품목이다.
하루 매상은 ‘겨우 밥이나 먹는 정도’라고 말한다.
민씨는 “몸이 불편해 적극적으로 가게 일을 못하지만 그래도 자녀들한테 손 벌리지 않고 우리 부부가 생활할 수 있으면 된다. 평생 할 수만 있다면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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