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가 길을 막고 또 농민이 길을 막았다.
과거 농로는 개인 토지 소유자들이 마을에 환원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졌고 농사를 위해 자신의 토지를 신분 양보해가며 서로의 길을 오갔다.
즉, 희생과 화합, 농촌마을의 상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시설이 농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발 분쟁에서 가장 고초를 겪는 것이 농로가 됐다.
법적다툼, 즉 감정싸움을 넘어 소통을 포기하고 단절을 선택했을 때 가장 먼저 취하는 것이 길의 차단이다.
문내 혈도간척지에는 보리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 태양광시설 찬반 갈등이 장비를 동원해 농로를 헤집어 놓는 일로 확대됐다.
더 이상 이곳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토지주의 강한 의지이기도 하며 더 이상의 소통은 없다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갈등은 보통 금전적 이권다툼에서 오기 마련이다. 이에 선진 지자체는 갈등을 중재하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감정싸움이 법적분쟁으로 이어지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이르면 이미 모두가 패자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길을 파헤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상처를 후벼 판다.
해남에서도 이러한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혈도간척지 내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해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 지역의 농로는 태양광시설 갈등의 중심에 있는 농민들에게 가장 큰 치명타지만 애꿎은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도 적잖은 불편함을 주고 있다.
길은 소통이자 또 모두의 것이다. 누구든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한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간 다툼에 있어 더 이상 길을 볼모로 한 분쟁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 기자명 해남우리신문
- 입력 2020.05.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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