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은 대흥사 숲길을 정원길로 조성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두륜산 권역 길 정원 조성에 관한 용역 중간 보고회가 열렸다.
군 관계자와 관광관련 교수, 수목원 대표, 대흥사 주지스님 등 많은 위원들은 대흥사 숲길이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시설보다는 복원, 종교를 품고 있는 길이자 난대식생지라는 의미의 길 조성을 제안했다. 차량만 통제된다면 지금 그 자체도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남군은 땅끝마을 조성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시설을 자꾸 넣다 보니 땅끝의 경관도 사라졌고 어지러운 마을로 전락했다.
그동안 해남군에서 발주한 용역치고 성공한 사례가 없다. 어떤 용역이든 타 지자체에서 해온 내용을 조금씩 가져다 붙인다. 이렇다 보니 시설중심의 용역이 나온다.
대흥사 숲길은 그 자체가 좋다. 해남군도 이에 공감한다.
시설물은 유행을 따른다. 반짝 유행하는 관광상품은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하기 쉽다.
스페인 북구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는 1,000년이 넘는 동안 북부의 모든 길과 이어졌다. 1,000년 동안 수많은 도보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길을 낸 것이다.
대흥사 숲길은 일주문에서 차로 5분 내에 사찰에 당도할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길도 산티아고처럼 1,000년 동안 순례객의 길이었다.
2년 전 완공된 달마고도도 복원에 맞춘 길이다. 시설물 없이 옛길을 그대로 복원했고 그 길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길이란 유행을 따르는 여행상품이 아니다. 숱한 세월 동안 다져지고 또 거기에 이야기가 보태지면서 정체성을 갖는 길로 탄생하는 것이다.
산티아고의 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은 성 야고보의 유해가 있어 중세 시대부터 순례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그 길이 멀고 험해도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기에 찾는 것이다.
대흥사엔 성 야고보 같은 극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초의선사가 있다. 차문화를 일궈내기 위해 그가 걷고 쉬고 때론 탐구했던 길이 있다.
길은 그냥 길이다. 그냥 길이기에 걷는다. 거기에 유행의 포장을 씌우면 길의 의미는 사라진다.
- 기자명 해남우리신문
- 입력 2020.06.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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