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전 해남행정동우회장

 

 최근 해남군이 해남군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주민자치란 글자 그대로 주민들이 스스로 하는 자치를 말하고, 주민자치회란 그 주민들이 회의체를 만들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 주민자치이고 주민자치회인가.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자치가 아닌 해남군이라는 지방(단체) 자치를 하고 있고 군의회라는 대의기관을 두고 있다. 주권재민 즉 주민한테 권리가 있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하지 못하고 군과 의회에 맡겨 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주도학습과 타율적 교육 효과의 차이처럼 자기 스스로 하는 자치가 아닌 누구에게 맡긴 자치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에겐 일천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읍면 자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해방 후 1949년에 자치단위를 읍면으로한 지방자치법을 제정해 1952년에 읍면의회를 구성했고 1960년엔 읍면장을 직선으로 뽑았다. 
그러나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그 효력이 정지된 후 1987년 다시 부활하지만 자치단위를 시‧군으로 광역화시켜 버렸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 개헌 추진에 나섰고 학계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자치분권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도 민간위원회인 해남군자치분권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며 이번 조례제정에도 일조했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에는 정작 주민자치의 핵심이 빠져있다. 
우선 주민자치회 조례 어디에도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협의회 그리고 정책심의회의 위상이나 군과의 관계 등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고 오직 읍면 안에서의 역할의무만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읍면 자치회장 연합체인 주민자치 협의회의 경우 군의회에 버금가는 엄연한 주민대표기관으로 의당 군정 전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는데 관련 조항 자체가 없으며 몇몇 권리를 두고 있는 조항을 보면 오직 자기 읍면의 소관만 다루도록 하고 있다.
자치와 행정은 한 몸이다. 결국, 행정이 자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례안에 나열된 자치활동 대부분이 행정행위의 범주 안에 있는 것들이다. 
명실상부한 주민자치회와 자치협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짧지만 다음 내용들이 보강돼야 한다.
먼저 조례 1조 목적과 2조 정의 조항서부터 주민자치회와 자치협의회를 협치와 소통 즉, 주요 군정 동반자로 명시하고 7조 운영 원칙과 기본 이념에는 정책제안권, 시정요구권, 예산 참여권, 군정보고 청취권 같은 것을 보장해 줘야 한다. 
또 마을사업이나 마을기업운영과 같은 일과 주민자치회 활동은 기본적으로 구분지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새로 태어나는 주민자치회야말로 옛 읍면 의회에 버금가는 주민대표기구이고 주민자치협의회 또한 군의회에 버금가는 자치조직인 만큼 어디까지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치활동과 함께 맡겨 논 군정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관리 감독도 병행하는 제3의 군정 참여기관으로 태어나게 하는 좋은 조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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