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
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

 요란한 장마로 전국에서 비 피해가 심각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워낙 크다보니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의 인터뷰는 대체로 기후변화를 범인으로 꼽는 것 같다. 항간에는 ‘이것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변화다’라는 담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지구촌 이상기후현상의 원인이라는 큰 틀에서의 설명은 오래된 이야기이고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본다. 전례없던 기후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구 기후를 결정하고 움직이는 체계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 피해가 심각한, 비만 오면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 속되게 표현해 그 범인을 그냥 ‘기후변화 때문이다’고만 하고 말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모든 원인을 기후변화로 돌리고 나면 엄청난 문제의 원인을 놓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의 무책임과 무능, 무모함을 지적하고 싶다. 그 부분을 짚지 않으면 올해와 같은 수해는 반복된다.
비 피해의 대부분은 사실상 인재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 우선은 비 피해지역의 대부분은 물길이 모여드는 하류다. 두 개의 강이 만나거나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이고 이런 곳은 대개 하류이고 지대가 낮다. 당연히 비가 오면 물이 넘친다. 
이번 물난리가 난 광주 신안동 일대가 똑같은 조건이고 구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람들은 그런 곳에 도로를 복개하고 마구마구 주택을 짓고 공장을 건설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이 워낙 발달한 요즘에야 댐을 건설하고 둑을 높이고 하천을 준설하며 배수펌프 시설 등으로 물난리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린 난리가 지나고 나면 또 가마득히 잊고 기술적 대비를 소홀히 한다. 수해는 인재라는 주장은 바로 그 부분이다. 뻔히 저지대고 비오면 둑이 넘치거나 터져 피해가 예상되는 데도 예방을 소홀히 하다 화를 자초한다는 점이다.
산사태나 계곡의 급류에 의한 피해도 똑같다. 요즘 도로를 넓히고 임도를 개설하는 공사는 너무 흔하다. 산 언덕을 깎아 펜션을 짓고, 작은 비엔 보이지 않는 물길을 읽지 못하고 아무 곳에나 성토 후 집이나 공장을 짓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골 어디든지 한번 나가서 점검해보라. 물도 길을 따라 흐른다. 
그런데 물길을 임의로 막고 돌리고 깎고 인위적인 공사를 했을 때 큰비가 오고 나면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 있다. 도로확장을 하면서 깎은 산을 방치하거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공사를 대충 마무리한 곳에서 난 토사유출과 산사태도 다 이런 맥락이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모든 원인을 기후변화로만 돌리면 수해는 반복된다. 큰비는 30년 전에도 왔고 50년 전에도 왔다. 그때도 피해는 컸고 사람도 많이 죽었다. 난 애그니스가 해남을 강타했던 1981년을 기억한다. 그보다 큰비는 올해가 처음인 것 같지만 기억은 그때가 더 강렬했다. 
수해피해 원인의 대부분은 사람이다. 사람의 무모함, 무책임, 졸속대응이 원인이란 이야기다.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들을 먼저 꼬집어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중인 인간의 무지와 무책임이 빚은 결과이긴 하지만, 막개발 같은 단기간에 벌어지는 일들도 책임이 크다. 부수고 뚫고 헐고 아무데나 물길을 막는 일들은 그만해야 한다. 행정기관들은 이 부분에 맞춰 재난대비와 정비를 해야 한다. 
기후변화야 어차피 국가적 국제적 장기적 대응이 있어야 하지만 헐고 막고 부수는 막개발 난개발의 문제는 국지적이고 지역적이고 단기적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이런 걸 제쳐두고 기후변화 탓만 하다간 내년엔 해남에서 구례참사가 재현될지도 모른다. 깊은 성찰과 점검이 필요하다. 물도 길을 막으면 성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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