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작품 기부 계획도
송지면 공예가 이영란씨

송지면 공예가 이영란씨가 풍속도 자수를 놓으며 전통자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지면 공예가 이영란(61)씨의 집에 들어서면 자수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6폭에 수놓은 산수화에는 4계절의 대자연이 담겼다. 그는 더운 여름, 절벽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와 푸르른 소나무를 수놓으며 그 속에 빠져 살았다. 앞에 놓인 미니병풍에는 따뜻함과 재미가 있는 풍속도가 담겼다. 
송지면 통호가 고향인 이씨는 7년 전 해남에 귀향했다. 고택 지붕만을 살려 새로 지은 집에는 8폭 병풍을 놓기 위해 맞춤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그만큼 자수는 그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씨는 30대 때 교통사고로 집에서 쉬면서 우연한 기회에 자수를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교 가정시간에 자수를 해본 게 다였지만 여동생 혼수를 준비하면서 가리개 2짝에 산수화 2폭을 수놓았다.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만들며 손끝으로 창조되는 아름다움에 반했다. 
특히 자수를 놓는 비단실 색상이 화려해 완성했을 때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지난 30년 동안 자수를 놓아온 이씨는 그동안 완성시켜온 작품들을 그의 공간에 전시했다. 꽃, 사람, 새, 십장생, 사군자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이 많다. 자연을 좋아해 산수화 작품을 많이 놓으며, 풍속도도 좋아한다. 
직접 수놓은 자수작품 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집해온 다양한 작품들이 모여 있는 자수박물관이다.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수집한 작품을 모두 펼쳐놓지 못하고 한 곳에 온전히 수장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수집해온 작품들을 열어 꺼내보였다. 
자수 8폭 병풍은 섬세한 수와 감각적인 색감표현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와당수, 풍속도, 화조, 송학도 등 다양한 그림이 병풍에 담겼다.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바늘꽂이, 안경집, 보자기, 수저집, 복주머니 등 자수소품도 다양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수집한 작품을 그만한 가치를 알고 잘 관리해줄 기관이나 사람을 만나면 기꺼이 기부할 마음이다.
이영란씨는 “자수엔 놓는 사람의 혼이 담겨있다. 소장한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세심하게 작업한 이들의 혼이 느껴진다”며 “전통자수의 가치를 알아볼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집에는 웬만한 물건이 30년 세월을 묵었다. 손재주가 좋아 손으로 만든 의자, 탁상, 거울과 문갑, 자개농, 도자기 등이 그의 세월을 함께 했다. 어떤 물건이라도 세심하게 관리해 오래 사용해온 그의 정갈하고 소박한 삶이 담겨 있다.
현재 요양보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이씨는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수놓고 싶은 작품이 있다. 산을 좋아해서 전국에 산이라면 쫓아 다녔다는 그는 금강산을 내 손으로 수놓고 싶다고 꿈꾼다. 또 전통자수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르치고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