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휴대폰 속에 가족 별칭을 ‘나의 십자가’라 적어 놓은 것을 보며 함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며 웃던 기억이 있다.
고난과 고통을 의미하며 짐스럽게 여기면서도 던지지 못하고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 그것이 때로는 가족인 것이다.
해남우리신문에서 주최하는 가족신문 공모전에 4년째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과 참여를 했다. 아이들은 신문을 만드는 동안 가족을 꺼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했던 순간순간들,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함께 하고픈지 꿈을 꾸기도 한다.
작년 대상에서부터 참가상까지 많은 친구들이 상을 받는 쾌거도 맛보았다. 그럼에도 올해는 공문을 받고 좀 머뭇거렸다.
가족이란 단어 앞에 주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걸렸던 기억 때문에 ‘아이들한테 가족신문을 만들자고 해야 할까?’ 혹여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로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졌다.
다행히 신문주제가 가족, 독서에서 자유로 범위가 확대돼 아이들과 다양하게 만들어 보자고 제의할 수 있었다. 사실 신문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앞에 둔 아이들은 주저하고 망설인다.
가족은 자신에게 무엇일까 생각이 머물면서 여러 감정들이 정리되지 못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의 특징을 설명하고 별칭을 지어보기도 하면서 한 꼭지를 완성한 친구들은 또 하나의 꼭지를 두고 다시 고민에 잠긴다. 가족과 함께한 즐거웠던 경험을 찾거나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이 농촌의 아이들에겐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니 신문을 완성하는 것이 참 버거운 것이다.
그럼에도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가족은 때론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나 전리품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감추고 싶은 상처이거나 벗어버리고 싶은 가시면류관일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끝까지 우리를 지지하고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것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우린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어려워지는 시대, 마주보며 서로 소통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외롭고 슬픈 코로나 블루란 감정까지 경험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가족의 힘이 필요하다.
가족이 때로는 십자가일 수 있지만 우리의 생사고락을 함께 만들어 가며 가족신문의 한 꼭지, 꼭지를 구성해 채워가듯 우리의 삶을 완성해가는 바탕인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모든 아이들에게 가족이 힘이 되길 바란다. 십자가이면서도 우리의 행복의 주체인 것이다. 언택트 시대에 우리의 대안, 가족이 해답일 것이다.
어려운 시기, 지금도 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감사하는 것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살며시, 이 지면을 통해 고백한다. ‘가족,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