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미국FBI 공조수사…해남군 사기당했다 떠들썩

해남공룡박물관에는 전국 유일하게 알로사우루스 진품화석이 전시돼 있다. 이 화석 덕분에 우리나라 공룡박물관 중 가장 위상도 높아졌지만 한때 이 화석 때문에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해남공룡박물관에는 전국 유일하게 알로사우루스 진품화석이 전시돼 있다. 이 화석 덕분에 우리나라 공룡박물관 중 가장 위상도 높아졌지만 한때 이 화석 때문에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해남공룡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화석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을까. 
국제분쟁까지 갈 뻔한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뼈화석은 미국에서 벨기에, 네덜란드를 거쳐 해남으로 오게 된다. 한마디로 아메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오게 된 알로사우루스 화석은 해남공룡박물관이 가장 내세우는 보물이지만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기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알로사우루스가 해남에 오게된 해는 2003년, 당시 해남공룡박물관 개관을 앞둔 해남군은 공룡뼈 진품이 하나 있어야 공룡박물관으로서 빛을 발한다며 진품화석 찾기에 모든 역량을 쏟던 때였다. 특히 여수시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전남도립 공룡박물관마저 관제데모로 무산시킨 터라 보란듯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의욕도 컸다. 

알로사우루스 골격화석
해남군, 16억원에 매입

당시 민화식 군수와 담당공무원들은 진품화석의 유입경로를 알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의 권위있는 공룡박물관을 견학했고 박물관 건물과 내부 전시물들도 열심히 밴치마킹했다. 또 당시 세계적인 화석이 모이고 판매되는 미국 아리조나주 ‘투산(Tucson)국제화석쇼’도 찾았는데 여기서 통 크게 공룡알둥지 화석을 현장에서 4,000~5,000만원에 덜컥 구매하기도 했다. 낱개 공룡알은 지금도 흔하지만 28개나 되는 알둥지 화석은 흔치않아 가격도 비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로사우루스 진품화석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해남군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화석 중개상인 강모씨를 알게 됐고 그의 소개로 화석판매를 대행하는 네덜란드 Henskens Fossils 회사를 통해 네덜란드 에코드롬 박물관에 있는 알로사우루스를 통도 크게 16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매입한다. 

해남, 아시아 최초 전시
대대적 홍보 나서

해남군이 매입한 알로사우루스는 미국 몬테나주에서 발굴된 후 벨기에 왕립박물관을 거쳐 네덜란드 에코드롬 박물관으로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민화식 군수에서 박희현 군수로 바뀐 2007년 4월, 해남군은 해남공룡박물관을 개관하게 된다. 당시 군은 개관에 앞서 진품 알로사우루스를 박물관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고 전국의 언론들도 세계에서 진품 화석이 12개뿐일 정도로 희소가치가 큰 알로사우루스 화석이 아시아 최초로 전시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길이 9m, 높이 2m인 알로사우루스 골격 화석은 미국 몬테나주에서 1994년부터 97년까지 3년 간 발굴한 것이었고 발굴 당시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화석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도 “해남공룡박물관에 전시된 알로사우루스는 목과 다리의 연출이 잘 돼 실물과 가까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며 “공룡박물관의 주 테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2009년 3월, 알로사우루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됐다. 이때 감사원은 알로사우루스 골격화석이 6억4,000만원에 불과한데 해남군이 속아 16억원에 구매했다며 중개업자 강씨를 사기죄로 해남지청에 고발하고 나서자 해남군이 발칵 뒤집혔다. 

해남군 중개업자에 속아
10억 날렸다 연일 시달림

이에 강씨는 검찰조사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룡화석 밀반출 수사에 나서는 바람에 6억4,000만원 외에 나머지 잔금을 미처 지불하지 못했다”고 항변하지만, 검찰은 미국과 공조 수사한 결과, 네덜란드 모 박물관으로부터 공룡화석을 6억4,000만원에 구입해 10억여원을 가로챘다며 사기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네덜란드 박물관에 있던 이 공룡 화석이 미국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은 해외로 밀반출된 화석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화석 회수에 나서고 있었다. 이러한 수사상에 해남공룡박물관으로 유입된 알로사우루스가 포함됐고 수사결과 불법적 유통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강씨에 대해 검찰 수사에 이어 1심 재판부도 해남군을 상대로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었다며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때 언론들은 해남군이 납품업자에게 속아 10억여원을 날렸다며 행정의 난맥상, 안이한 행정, 혈세 낭비라며 비판적인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해남군이 아시아 최초 전시물이라고 홍보했던 알로사우루스는 한순간 추락했고 어리석은 행정의 상징물이 돼버렸다. 
그런데 2010년 반전이 일어났다. 강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2심 재판부는 검찰과 1심이 유죄 증거로 제시한 ‘6억4,000만원 매매계약서’는 간단한 약정에 불과한 반면 네덜란드 현지 판매대행사인  Henskens Fossils와 맺은 ‘19억3,000만원의 계약서’에 16억원의 공룡골격화석을 비롯한 해체·포장 및 기타 모든 처리비용을 비롯해 보험료, 세금, 장래의 과학연구비, 우선매수권 등 구체적인 특약조건이 죄다 포함돼 완결성이 높다며 강씨를 무죄선고했다.

사기행각에 시달렸지만
해남공룡박물관 상징물 돼

또 해남군이 작성한 ‘공룡 전신골격 진품 현황표’에 해당 공룡화석 가격이 16억원으로 기재된 점, FBI수사 때문에 실제 잔금 지급이 보류된 것으로 보이는 점, 강씨가 판매대행사에 잔금 10억원을 대신해 공룡모형 7개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도 무죄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때 공보판사는 “알로사우루스의 전신 화석은 전 세계적으로 10여개 남짓 있는 매우 희귀한 것으로, 해남공룡박물관이 소장하는 있는 화석 중 유일한 진품이기도 하다”며 “이번 판결로 해당 화석의 가치가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까지 밝히자 알로사우루스는 다시 명예를 되찾게 됐다. 
당시 해남군은 알로사우루스 구매가 16억원을 비롯해 해체·포장 및 기타 모든 처리비용을 비롯해 보험료, 세금, 장래의 과학연구비, 우선매수권 등을 포함 19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해남공룡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알둥지 진품 화석.

 현재 해남공룡박물관에는 알로사우루스와 미국 아리조나주 ‘투산(Tucson)국제화석쇼’에서 4,000~5,000만원에 구매한 공룡알둥지 화석이 유일한 진품이다.
특히 28개가 한데 묶어있는 공룡알둥지 화석도 희귀품으로 취급되고 있는데다 알로사우루스는 그 희소성 때문에 최근에 이르러서는 경매가가 5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의 위상은 실제 원형 전시물이 얼마나 있고 희소성이 높은 진품이 얼마냐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해남공룡박물관은 아시아 유일의 알로사우루스 진품으로 위상이 한껏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편 알로사우루스(Allosaurus)는 특별한 도마뱀이라는 의미로 지금까지 세계에서 40개체 이상이 발견됐고 한국에선 해남공룡박물관 전시품이 유일하다.                     

 

 

김성훈 전문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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