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도 해남지역번호, 이장은 우체부 겸해

물이 갈리면 길이 드러나는 신비의 섬 토도리. 하루 두 번 육지가 되는 토도는 완도에 속한 섬이지만 해남에 생활권을 둔 작은 섬마을이다.
물이 갈리면 길이 드러나는 신비의 섬 토도리. 하루 두 번 육지가 되는 토도는 완도에 속한 섬이지만 해남에 생활권을 둔 작은 섬마을이다.

 물이 갈라지면 길이 드러나는 신비의 섬 토도리. 하루 두 번 열리는 길을 따라 주민들은 걸어서, 혹은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완도에 속한 섬이지만 생활권은 해남인 작은 섬마을 토도리는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섬이다.   
북일 갈두마을로 연결된 기다란 바닷길을 따라 육지로 나서는 이들의 모든 시간은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물때에 맞춰 집을 나서고 물때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팔십 평생 했다는 주민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길을 따라 북평우체국 집배원이 편지와 택배를 날랐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마을이장이 북평에 들러 우편물을 받아온다. 토도리는 전화번호도 533 내지 534로 해남국번이고, 전화가 고장 나면 해남KT에서 관리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일 갈두리와 1km정도 떨어진 토도리. 가까운 해남군을 놔두고 북평 남창을 거쳐 군외면으로, 완도군청으로 가서 일을 봐야 한다. 
군내버스정류장도 갈두마을에 있다. 갈두 땅에 있는 버스정류장 소유는 완도군, 완도군이라는 이름이 당당히 걸려있다. 주민들은 주로 남창택시를 이용한다. 택시도 물 때를 맞춰 온다. 
토도리 김재남(82) 할아버지는 “택시쿠폰은 완도군에서 나오고 택시는 남창택시를 이용한다”며 “토도리 주민들은 남창에서 주로 장을 본다”고 말했다. 
토도리 주민들은 섬 밖 생활은 주로 남창에서 이뤄진다. 시장도 남창장을 이용하고 병원도 생활용품 구입도 대부분 남창에서 해결한다. 교통이 발달되기 전에는 걸어서 갔기에 갈두리 주민들과 교류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차량으로 주로 이동하기 때문에 버스를 같이 타는 것 외에는 교류가 별로 없다고 한다. 
과거엔 갈두에 논밭이 있는 주민들은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대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러 갔다. 이제 나이가 들어 논밭을 벌지 않지만 농사를 많이 지을 땐 갈두, 금당, 장수까지 논밭을 벌었단다. 

22가구가 거주하는 토도리에는 한때 초등학교도 있었고 작은 파출소도 있었다. 초등학교는 95년도 폐교됐고 파출소는 교회 건물로 변했으나 현재 비어있다.
토도리 주변은 온통 갯벌이다. 물이 빠진 시간대에 가면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장관을 이루고 이곳 갯벌에서 주민들은 굴을 채취하고 낙지를 잡는다. 토도리 옆에는 더 작은 섬인 장구 섬이 있다. 장구모양을 닮아 지어진 이 섬까지는 물이 날 때 모래 길이 열린다. 
토도에서 나는 낙지, 석화는 예로부터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때문에 물질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던 토도주민들은 성실하게만 일하면 빚을 지지 않고 먹고 살 정도로 괜찮은 동네라고 한다. 토도주민들은 ‘우리 동네는 어디 가서도 빚은 안 진다. 그것이 우리 자랑이여’라며 웃어 보였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 북일 갈두마을에서 단 3분이면 도착하는 외딴 섬 토도리를 가볼 수 있다. 요즘 김장철을 맞아 어르신들이 하나 둘 토도 굴을 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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