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순례문학관과 땅끝황토나라테마촌, 명량해전사박물관, 우항리조류생태관 등 모두 거창한 건물로 시작됐다. 거창한 건물에 비해 그 안을 채울 전시물은 빈약하다. 끝 없는 리모델링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해남읍 연동에 들어설 해남역사박물관, 300억원 규모의 건물이다. 전국으로 흩어진 해남유물들을 모으고 여기에 개인소장품 등을 더한 해남생활사를 담는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최첨단 과학기술을 빌려 입체적인 박물관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요즘 국립박물관을 가보면 전시물 자체가 입체적이다. 넓은 범위에서 모은 유물이라 풍부한 입체 전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남역사박물관은 해남에서 나온 출토유물 전시라는 제한적 성격을 갖는다. 영상이 아닌 실제 유물로 그러한 입체적 전시가 가능할까. 물론 현재처럼 건물 중심의 박물관을 짓겠다고 한다면 연동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시물 중심의 박물관은 역사를 전공한 이라도 그 전시물에 그 전시물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해남역사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 아니다. 그런데 굳이 일반화된 박물관의 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가 성공한 이유는 박제화된 곳, 전시물만 가득찬 곳으로 여겼던 공간이 살아움직인다는 상상력 때문이다. 
해남에서 유일하게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은 해남공룡박물관이다. 공룡화석지가 분포한 현장에 있기 때문이고 넓은 호수와 부지 때문에 공룡을 주제로 한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남읍 연동은 문학공간이라는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곳이다. 그 문학성을 확장시키는 방향에서 연동은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변남주 교수는 “읍 연동은 문학공간으로, 황산은 공룡공간으로, 우수영은 명량해전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듯 해남역사박물관도 해남역사의 태동인 현산면 백포만에 위치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넓은 해남의 각 지역이 각각의 고유성을 품은채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은 나일강에서 시작됐고 중국 문명은 황하에서 꽃을 피웠다. 백제는 한강유역에서 국가로 성장했고 인도의 문명은 인더스강에서 시작됐듯 해남의 문명은 현산면 백포만에서 시작됐다. 또 해남문명은 백포만을 통해 중국 및 일본과 교류하며 선진문물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며 “그런 의미에서 해남은 해양세력이 문명의 꽃을 피웠고 해남군민들의 진취적이고 웅대하고 개방적인 성격이 수천년이 흐른 지금에까지 흐르고 있는 이유도 해양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백포만을 끼고 있는 현산 읍호리에서 100여기가 넘는 고분군과 200여기가 넘는 고인돌 군락지가 발견됐다. 또 인근 송지 군곡리에선 수백기에 이르는 마한인들의 집터가 속속 발굴되고 있다. 한마디로 백포만은 지붕없는 박물관이다. 
이에 변남주 교수는 “백포만에 해남역사박물관이 들어서면 단순 전시물 위주의 박물관이 아닌 해남 정체성까지 담아내는 박물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분군 공원과 고인돌 공원, 마한시대 주거공원 등 그것들을 박물관과 연계시켜야 살아있는 박물관이 될 수 있다. 해남역사박물관을 건물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묶지 말자”고 주장했다. 또 “해남의 생활상을 넣는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박물관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며 “그러한 내용은 특별전 형식으로 얼마든지 전시가능하다. 해남의 박물관을 특화시키는 것은 야외 지붕없는 박물관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건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백포만권 유적지를 복원하고 그 유적지를 박물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박물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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