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지역의 화두는 분명하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인구문제 해결이 하나요, 장기적인 지역 먹거리 산업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둘이다. 또 지속가능한 모두의 삶을 위한 환경문제 대응이 셋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은 또 상호 연결된 문제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만 해도 독립적이지 않다. 저탄소 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친환경사업이나 개발이어야 하고 그것은 결국 지역의 미래산업, 일자리 창출, 젊은 층의 유입 등으로 연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평소 이런 문제를 별도로 떼어 생각할 일이 아니고 함께 연결해 풀어야 할 다차원의 방정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더욱이 최근엔 코로나19 감염사태는 인류의 당면 문제해결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다시 실감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한국의 작은 지자체들이 다 비슷한 고민이고, 특히나 전남 지역의 시군들은 고민이 거의 한결같다. 인구는 줄고, 젊은이들은 떠나 노인들만 남고, 먹고 살 길은 뾰족하지 않아 지역소멸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자칫 동네가 없어져버릴 상황. 따라서 대부분의 지자체가 미래 먹거리를 찾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자는 구상을 한다. 단체장들은 대부분은 ‘장기발전과제나 전략’ 찾기에 골몰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차분하고 민첩하게 길을 찾고 어떤 곳은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필자는 요즘 인근의 작은 지자체인 신안군을 주목하고 있다. 신안군은 매우 성공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듯 해서다.
신안군이 불과 1~2년 사이에 내놓은 장기발전전략들은 독창적이며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시대변화를 꿰 뚫고 있으며 발도 빠르다. 다른 지자체장들이 도시락 싸들고 가서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신안군이 추진 중인 최근의 두 가지 대형 프로젝트는 단연 눈길을 끈다. 하나는 ‘1島 1뮤지움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다. ‘1島 1뮤지움사업’은 이름에 영어가 들어간다는 것만 빼고 100점 만점을 주고싶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지역친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섬이 1천4개이라는데 착안한 ‘1004섬’ 마케팅에서부터 시작해 ‘퍼플섬’에서 힘을 받은 신안군은 마침내 주요 섬에 박물관 또는 미술관을 하나씩 짓겠다는 의욕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1島 1뮤지움사업’이다.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 벤치마킹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지역이 가진 특수한 여건을 최대한 살리고 있어서다. 섬이 연결되고 친환경적으로 잘 보존된 섬의 가치가 살아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 그래서 상당한 관심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탄소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지구를 살리자는 탄소경제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정부도 이런 분야에 집중하는 뉴딜사업을 펼치고 있는 참이라 앞뒤가 짝짝 들어맞는다. 섬이 많고 수심은 얕으며 바람은 일정한 지역특징과도 잘 연결된다. 단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세계 최대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관광수익도 보장된다. 수익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자며 갈등 대신 주민과의 협력도 잘 이끌어내고 조례로 보장까지 하는 등 국내 어느 지역보다 발이 빠르다. 아다시피 신안군은 전남에서도 가장 가난한 축에 드는 ‘오지 군’이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보면 심상찮다. 지자체 첫 버스공영제랄지, 전국 최초 청년어부에게 어선을 빌려주는 임대사업이랄지 창의적인 사업들을 기획해 낸 신안군의 저력 아닌가 싶다.
팬데믹 시대에 타 지자체가 발등의 불만 보고있는 것과 달리 신안군수의 혜량이 돋보인다. 박우량 군수는 지난 10월 군의회에서 “가게 문을 잠시 닫고 내부 수리를 하듯,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여유를 이용해 모든 사업을 재점검해 섬관광의 중심지로 우뚝 서겠다. 100년을 내다보는 혁신적인 설계와 투자를 하겠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몇십억 짜리 건물 신축 국비예산을 따오는데 골몰하는 지자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다. 혜안이 반짝이고 신선하다. 따라 배워야 할 멋진 감각이다. 결과도 기대된다.
